[한마당-이명희] 호화관저

입력 2014-02-26 01:59

로마의 네로 황제는 서기 64년 대화재로 궁전이 불타버리자 도무스 아우레아(황금궁전)를 지었다. 140㏊에 달하는 궁전은 지금의 바티칸 시국보다 훨씬 넓었고 실내는 금박과 보석, 진주로 장식됐다. 상아로 장식된 연회실 천장은 회전할 때마다 연회석상의 손님들에게 꽃잎과 향수를 뿌려줬다. 궁전은 바다 같은 인공호수가 있고 포도밭, 목초지, 숲 등을 갖춘 도시 안의 또 다른 전원풍 도시였다. 궁전 준공식이 열렸을 때 네로는 “이제야, 사람이 살 만한 집에서 살게 됐다”고 만족해했다.

중국 진시황제는 즉위하면서 효공이 세운 함양궁이 좁다며 아방(阿房)의 땅에 새로운 궁전을 지었다. 아방궁은 동서로 700m, 남북으로 120m에 이르는 2층 건물로 1만명을 수용할 수 있었다. 궁전 건축에는 70여만명의 죄수가 동원됐다. 아방궁을 포함해 진시황제가 지은 수백개의 궁전은 BC 207년 항우가 진나라를 멸망시켰을 때 불에 탔는데 불길이 3개월 동안 꺼지지 않았다고 한다.

‘갤리선(로마시대 노예선)의 노예처럼 일한다’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공식 저택만 20여채, 7만5000달러짜리 변기, 요트 4대, 비행기 43대, 헬기 15대, 자동차 700대, 70만 달러어치의 최고급 명품 시계 11개 등을 포함한 재산목록이 공개돼 이미지를 구겼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이다. 권력자들은 천년 만년 살 것처럼 호화생활로 권세를 과시하고 권력의 달콤함에 취해 있지만 권력은 무상하다는 것을 역사가 보여준다. 아방궁을 방불케 하는 바그다드 대통령 본궁 외에도 이라크 전역에 100여개의 별궁을 집으로 삼았던 사담 후세인이나 “내 미래가 너무 밝아서 가리개가 필요하다”며 까르띠에 등 명품 선글라스 100여개를 즐겨 썼던 무아마르 카다피의 말로가 그 증거다.

또 한 명의 탐욕스러운 권력자가 역사에 오명을 올렸다. 그제 공개된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비밀관저는 여의도 절반 크기에 인공호수와 동물원, 18홀짜리 골프장, 헬기 이착륙장, 수십대의 초고가 클래식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주차된 차고를 갖추고 있다. 인공호수에는 15세기 대항해 시대에 쓰인 대형범선이 떠 있고, 영빈관은 수정 샹들리에와 대리석 바닥으로 장식돼 있다. 저택을 짓는데 1억 달러(약 1070억원)가 들었을 것이라고 한다. 국가가 부도위기에 놓였는데도 호화방탕생활을 했으니 제정신이 아니다. 그러고 보니 권력에 취한 자가 북한에 한 명 더 있다.

이명희 논설위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