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잃은 이 사회 기독교가 희망 선포 해야”… ‘인용구’

입력 2014-02-26 02:06


인용구/지형은 지음/말씀삶

서울 성락성결교회를 담임하는 저자의 칼럼 모음집이다. 저자가 신문이나 잡지 등 기독교 언론매체를 비롯해 대중매체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게 1998년쯤 된다고 하니, 책에 얼마나 다양한 ‘시선’들이 실렸을지 짐작해볼 수 있다. 게다가 교수, 언론인, 방송인, 목회자 등 삶의 자리도 여럿. 저자는 머리말에 “목사, 역사학도, 한 시대를 사는 사람으로서 삶과 세계를 보는 관점이 담겨 있다”고 이 책을 소개했다.

저자는 글을 쓴 시간 순서대로 책을 엮었다. 첫 이야기가 98년 6월에 쓴 ‘희망 이야기하는 기독교’다. IMF 외환위기 직후, 희망을 잃은 이 사회에서 과연 누가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기독교가 이 일을 해내야 한다. 앞을 바라보는 힘, 그래서 현재의 위기를 넘어서게 하는 희망은 성서의 가장 근본적인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독교가 희망 선포를 포기하면 직무유기가 된다.”(14쪽)

‘역사인식의 공백을 경계하라’는 칼럼 역시 98년에 쓰여졌다. 유대인 학살을 추모하는 박물관에서, 독일인과 유대인이 역사인식에 철저한 민족임을 느꼈던 순간을 기록했다. “어느 일가족의 최후 장면 사진. 한 유대인이 총을 든 독일군에 의해 처형장으로 끌려가며 뒤를 돌아다보고 있다. 부인은 갓난애를 등에 업고 서너 살쯤으로 보이는 아이의 손을 붙잡고 서 있다. 남편과 아내의 시선이 맞닿고 있다. 그런데 그 가족은 모두가 벌거벗겨진 채였다… 유대인 안내자가 말했다. ‘우리는 당신들 독일 사람에게 당한 원한을 이어가려고 이것을 보존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당신들을 용서했습니다. 우리가 이것을 보존하고 기억하는 것은 다시는 무릎을 꿇지 않기 위해섭니다.’ 독일인이 자신의 역사적 범죄를 외면하지 않는 것은 훌륭하다. 유대인이 독일인을 용서하면서 역사인식을 소홀히 않는 것은 더 대단하다.”(21쪽)

그들 민족과 달리 한국과 일본의 역사인식은 제자리다. 일본은 과거의 범죄를 반성하기는커녕 주변국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계속 도발하고 있다. 저자는 “범죄를 외면하는 것은 어리석다. 그러나 피해자인 우리가 고통스런 역사에서 별로 배우지 못한 것은 많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책은 이렇듯 그 시절을 통해 지금 우리 시대를 돌아보게 한다.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올바른 삶에 대해 묻고 이 땅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길을 안내한다.

“하나님의 활동을 믿는다고 말은 하면서 하나님의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보다 더 철저하게 세속적 계산 논리만을 추종한다면 희망 이야기는 빈말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삶으로 희망을 얘기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야 이 사회가 기독교의 희망 선포를 신뢰할 것이다. 그래야 값싼 희망이 되지 않을 것이다.”(16쪽)

“교회와 사회는 따로 떨어진 세계에 살고 있지 않다. 두 개의 등대와 같이 함께 일해야 한다. 교회와 사회가 같이 아름다워야 한다. 이 일에 모든 그리스도인과 교회가 손을 잡고 힘을 모아야 한다. 그리스도인이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세상에서 영향력을 갖지 못한다.”(174쪽)

“예수를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정치가와 사업가는 불가능해 보이는 명령 앞에서 고민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신앙 윤리에 뿌리를 내린 정치와 가난한 사람을 불쌍하게 여기는 기업 구조가 무엇인지 고심하면서 밤잠을 설쳐야 한다.”(182쪽)

2010년까지 쓴 칼럼 89편이 책에 들어있다. 실직, 월드컵, 선거, 탄핵 등 우리 사회를 뒤흔든 기록들이 있다. 안락사나 재난구조, 카파라치, 영어열풍 같은 사회적 이슈를 다룬 글들도 있다. 또 한국교회 주요 교단의 임원 선거,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출범, 교회연합운동, 평양대부흥운동 100주년 등 기독교에 대해 고민한 흔적들도 있다.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지만 저자의 결론은 분명하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 하나님의 명령대로 사는 것, 언행일치의 신앙이다. “참으로 하나님을 경외한다면 그분의 말씀을 따라 살게 된다. 하나님 말씀을 따라 살아내지 않으면서 하나님을 예배하고 사랑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시대가 변했어도 변하지 않는 진리다.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인답게 살아야 한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