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혁명 120주년… 유실되고 훼손되는 유적지
입력 2014-02-25 16:14
[쿠키 사회] 동학농민혁명 120주년을 맞은 가운데 혁명 유적지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은 최근 150여건의 전북지역 동학농민혁명 유적지와 기념시설을 조사한 결과 50여건이 유실되거나 훼손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25일 밝혔다.
1894년 농민군이 처음 쳐들어갔던 관청인 고부(현 정읍시 고부면) 관아는 현재 초등학교로 바뀌었으며 동헌 등 당시의 건물은 찾아볼 수 없다. 학교 안에 고부 관아의 터였다는 표석만 있을 뿐 혁명을 촉발시켰고 농민군에 의해 두 차례 점령됐다는 등의 사실을 알려주는 안내문조차 없다.
구미란전투에서 숨진 수백명의 농민군들이 잠들어 있는 김제시 금산면의 무명농민군묘역도 봉분 20여기만 남아 있다.
전봉준 장군이 붙잡힌 순창군 쌍치면의 집은 사라지고 돌축대 등만 일부 남아있다. 300m 떨어진 곳에 전시관이 들어서 있지만 정작 집터에는 체포 장소임을 알리는 안내판이나 표지석이 없다. 더불어 농민군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이었던 김개남 장군이 태어난 정읍시 산외면의 생가도 보존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유적지 관리가 제대로 안되면서 문화재로 지정된 사례도 극히 적다.
전국 360여건의 유적지 가운데 국가 사적으로 지정된 것은 5건, 광역 자치단체 기념물로 지정된 것은 15건 남짓에 불과하다. 혁명의 출발점이었던 고창의 무장기포지마저 국가 사적 지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병규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연구조사부장은 “전북지역은 그나마 관리가 일부 이뤄지고 있지만 나머지 지역은 심각한 상황”이라며 “정부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문화재 등록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읍=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