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박은선 선수 성 정체성 문제 제기는 성희롱"

입력 2014-02-25 01:26

여자 축구선수의 성별을 의심하는 발언은 여성의 인격을 침해하는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24일 오후 전원위원회를 열어 국내 여자 실업축구 WK리그 6개 구단 감독들이 박은선(27·여) 선수의 성 정체성에 문제를 제기한 행위를 성희롱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대한축구협회장에게 논란을 일으킨 6개 구단 감독·코치 등 6명에게 징계조치를 내릴 것을 권고했다. 또 문화체육부 장관, 대한체육회장, 한국여자축구연맹 회장 등에게는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피진정인들의 대화 의미는 해당 선수가 남성이지 여성인지 의학적 방법으로 명확하게 판단해 달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감독들이 해당 선수의 성별 진단을 요구한 것으로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선수 본인이 성적 모멸감을 느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객관적으로 볼 때도 ‘성별 진단’ 발언은 성적 굴욕감과 모멸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심리적으로 위축된 해당 선수는 훈련에 참가하기 꺼려진다고 호소하고 있다”면서 “이는 전형적인 성희롱 사건의 피해 특성과 일치한다”고 판단했다.

서울시청을 제외한 나머지 WK리그 6개 구단은 지난해 11월 한국여자축구연맹 측에 “박 선수가 내년 리그에 뛰지 못하도록 조치하지 않으면 2014년 경기를 보이콧하겠다”고 통보해 논란이 일었다. 이후 “인권침해이자 언어적 성희롱”이라는 3건의 진정이 연달아 인권위에 접수됐다.

이에 대해 해당 감독들은 “성별 진단을 요구하자는 얘기를 한 적이 없고 탁월한 선수를 왜 여자 국가대표로 선발하지 않는지에 대해서 연맹이 판정해 달라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