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대검 양형기준 준수율 놓고 충돌
입력 2014-02-25 02:32
법원의 양형기준 준수율을 두고 대법원과 검찰이 충돌했다. 법원이 양형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검찰의 지적에 대법원은 검찰이 부정확한 통계자료로 사법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대검찰청 공판송무부(검사장 강경필)는 최근 양형기준이 재판에 처음 적용된 2009년 7월부터 2010년 12월 말까지 선고된 주요 5대 범죄를 분석한 양형백서를 발간했다. 살인죄, 강도죄, 성범죄, 뇌물죄, 횡령·배임죄의 1·2심 판결문 6000여건을 분석한 내용이다. 백서는 살인죄(양형기준 준수율81.19%), 성범죄(70.88%), 강도죄(63.02%) 등에서는 법원이 양형기준을 비교적 잘 지키고 있다고 봤다. 문제는 뇌물죄와 배임·횡령죄의 양형준수율이다. 검찰은 양형기준 준수율이 뇌물죄의 경우 9%, 횡령죄는 32%, 배임죄는 26%로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이를 두고 법원이 일반인들 범죄에 대해서는 양형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권력층이나 사회 지도층 범죄에 대해서는 관대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법원은 공식자료까지 내면서 발끈하고 나섰다. 대법원은 검찰이 부정확한 통계를 기초로 백서를 제작했다고 반론을 폈다. 검찰은 판결문에 양형기준에 따른 이유를 적지 않았다면 모두 양형기준을 따르지 않은 판결로 분류했다. 비록 선고형이 양형기준 내에 있더라도 같은 기준을 따랐다.
그러나 법원은 이 같은 검찰의 통계 산정 방식이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원조직법에는 양형기준에 부합하는 형을 선고하는 경우 양형기준에 따른 이유를 꼭 써줄 필요가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분석한 2010년 통계에 따르면 뇌물죄는 77.7%, 횡령·배임죄의 경우 94.3%의 준수율을 보이고 있다. 검찰 통계와는 정반대다.
두 기관이 양형기준 준수에 대한 엇갈린 주장을 내놓은 셈이다. 검찰은 양형기준 내의 형을 선고하더라도 양형기준을 설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재판부의 재량에 따라 선고되던 형량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선고하자는 게 양형기준의 도입취지이기 때문에 그 기준에 따른 이유를 판결문에 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법원은 판결문 기재 형식만으로 양형기준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사실관계를 왜곡한 것이라고 맞섰다. 대법원 측은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부정확한 정보를 배포해 사법에 대한 국민 신뢰를 떨어뜨렸다”며 검찰에 이례적으로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검찰 측은 백서에 대해 실무진의 업무를 위해 작성된 내부용 자료에 불과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