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 결산 (2)-이제는 평창이다] 신축 경기장 단 3곳 ‘알뜰 솔트레이크’ 배워라
입력 2014-02-25 02:31
“화려했던 소치는 잊어라, 이젠 평창이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이 24일 새벽(한국시간) 17일간 열전의 막을 내렸다. 러시아는 소치올림픽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개최국 텃세 등으로 ‘절반의 성공’이라는 오점을 남겼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집권 3기를 맞아 ‘러시아의 꿈’ 실현을 위해 역대 올림픽 사상 최고액인 500억 달러(약 54조원)를 투입했지만 성공적인 올림픽이 될지는 미지수다.
이제 시선은 평창올림픽으로 쏠리고 있다. 우리도 소치올림픽과 역대 동계올림픽 개최국을 거울삼아 거품을 빼고 내실 있는 ‘경제 올림픽’으로 치러야 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 조건’ 보고서를 냈다. 요지는 ‘대회준비 비용의 증액 억제’ ‘고정시설 투자의 최소화’ ‘사후 시설 활용도의 제고’ ‘관광객 유입 극대화’를 이뤄야 평창이 성공한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1998년 나가노올림픽은 최악의 실패 사례로 꼽힌다. ‘환경 올림픽’을 표방했던 나가노는 경기장 시설을 신축하는 데 막대한 돈을 들였다. 개·폐회식장과 스키점프, 크로스컨트리 경기를 위한 시설을 모두 새로 지었고, 실내 경기장 5개 중 4개를 새로 건축했다. 대회준비 기간 5년간 고속전철과 도로, 공항 등 사회간접자본(SOC)에 천문학적인 돈을 썼다. 나가노는 대회후 110억 달러의 적자를 냈다. 이는 대회 후 시설 수요가 지역 주민으로 한정돼 있는데다 활용방안을 사전에 깊이 고민하지 않은 탓이다. 올림픽 스타디움은 현재 야구장으로, 올림픽 선수촌은 시영주택으로 이용되고 있고, 기타 시설도 실내수영장, 종합체육관, 다목적홀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천문학적인 돈을 들인 시설이 지역주민 이용외에 수익창출 효과를 전혀 거두지 못해 수익없이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는 성공사례로 거론된다. 미국 유타주의 솔트레이크시티는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해 낭비 요소를 줄였다. 솔트레이크시티가 올림픽에서 사용한 11개 경기장 중 신축 시설은 3개에 불과했다. 8개 경기장은 기존 시설을 개·보수해 사용했다.
솔트레이크시티는 올림픽과 함께 미국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팀 본부를 유치하고 스포츠의학 특화 병원도 만들어 미국 동계스포츠 중심지로 탈바꿈했다. 흑자올림픽으로 기록된 1994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도 주목해야할 사례다. 인구 2만7000명도 안되는 작은 마을 릴레함메르는 환경보호를 위해 철저한 재활용 전략을 택했다. 기존시설을 최대한 활용하고, 불가피한 경우 가건물을 설치해 숙소로 활용한 뒤 건설비용 및 대회후 관리비용을 최소화했다. 실제 음악학교인 토네하임 대학은 숙박시설로 사용됐고, 학교 주변에 컨테이너 등 많은 임시숙소를 마련했다. 불가피하게 지은 숙소는 대부분 개인들에게 매각했고, 가건물은 다른 지역으로 옮겨져 재활용됐다. 철저한 사전준비가 성공한 올림픽을 만들어낸 것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예산은 소치올림픽의 5분의 1정도인 9조6000억원(약 90억 달러·홍천-양양 동서고속도로 건설비용 제외) 안팎이 들어간다. 하지만 대회가 가까워질수록 예산이 턱없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따라서 예산을 최소화 시키면서 내실 있는 대회를 준비하고, 대회 후 활용방안을 위한 별도 위원회를 만들어 철저하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
김진선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은 “우리는 경기장 시설 등에서 올림픽 사상 가장 콤팩트한 대회를 준비중이며, 가장 한국적이고 평창다운 올림픽을 만들겠다는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