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새정치연합 지방선거 기초공천 포기 왜…
입력 2014-02-25 02:32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이 6·4지방선거를 100일 앞둔 24일 기초선거 무공천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18대 대선 여야 공통공약이었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유일하게 지켜 기성 정치와 차별화를 시도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인재영입과 조직구성이 순탄치 않자 중장기적 명분을 택하는 대신 사실상 기초선거를 포기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안 의원이 광역 시·도지사 선거에서 명분을 쌓은 뒤 7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올인하는 전략을 짠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안(安), “약속을 못 지키면 새정치 명분이 없다”=새정치연합 창당준비위원회 중앙운영위원장인 안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의 근본인 약속과 신뢰를 지키기 위해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국민들께 드린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새정치를 할 명분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실상 무공천을 철회한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안 의원은 “여당은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공약 이행 대신 상향식 공천이라는 동문서답을 내놓았다”며 “어떤 잘못을 해도 선택받을 것이라는 오만이 깔려 있다”고 비판했다.
기초선거 무공천 결단은 안 의원 본인의 의지와 최근 정당 지지율 하락에 따른 위기감, 기초선거 인재영입 한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됐다는 분석이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안철수 신당의 간판을 걸어야 신당의 조직을 구축할 수 있다는 현실론이 우세했다. 안 의원도 “저희만 기초단체 공천을 포기한다면 가뜩이나 힘이 미약한 저희들로서는 큰 정치적 손실이 될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득실을 따지기는 쉽지 않지만 안 의원 측은 전략적인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윤희웅 민정치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시·도지사 선거에 집중하면서 공중전 차원으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것”이라며 “무공천 선택이 신당 지지율의 추가 하락을 막는 효과는 있겠지만 기초단위의 선거 캠페인이 없다는 점에서 향후 지지율 대폭 상승으로 쉽게 연결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후보 영입이 잘 안 되자 어쩔 수 없이 내놓은 고육지책으로 해석하고 있다. 무공천에 따른 대규모 당원 탈당이라는 부담이 없고, 영입된 인물들이 새정치에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오히려 ‘버릴 것은 버린’ 현실적인 판단이라는 지적이다.
새정치연합 지역 조직에서는 큰 혼란이 예상된다. 전북도지사 후보로 거론되면서 전북지역 조직을 맡고 있는 강봉균 전 의원은 “(안 의원과 무공천을) 상의해본 적 없다”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역공, 허 찔린 민주당은 “차라리 잘됐다”=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의 무공천 방침에 “기초공천 포기는 책임정치 포기”라고 역공을 펼쳤다. 함진규 대변인은 “야권연대를 위한 속셈으로 무공천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대선공약 파기의 후폭풍을 최소화하고자 아예 기초공천 폐지 자체가 불합리하고 무책임한 행위라는 점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현실론에 밀려 공천을 유지하려는 민주당은 심경이 복잡하다. “또 한방 먹었다”는 반응과 “불확실성이 제거돼 차라리 잘됐다”는 이중적인 반응이다. 민주당 최재천 전략홍보본부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안철수는 안철수의 길이 있고 민주당은 민주당의 길이 있다”며 “기초단체를 둘러싼 불필요한 경쟁의 불확실성이 상당히 해소됐다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명분 싸움에서 밀리게 됐지만 선거 조직이나 사람이 추가로 새정치연합으로 넘어갈 걱정은 덜게 됐다는 의미다. 실제로 서울 경기도 등 3자 구도에 부담을 느끼는 수도권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시·도지사 광역선거의 야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엄기영 김아진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