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판 새마을운동] ‘잘 사는 기술’ 보급… 對北 지원·교류 새로운 돌파구 마련

입력 2014-02-25 08:15 수정 2014-02-25 15:48

정부가 북한판 새마을운동 카드를 내민 것은 이전 정부가 대북 지원을 할 때 주로 현물을 지원한 것과 달리 ‘잘 사는 기술’을 보급하는 데 더욱 중점을 두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특히 북한판 새마을운동은 대북 교류·투자를 금지한 5·24조치에 위배되지 않고 소위 ‘퍼주기 논란’에서도 비껴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우리 정부의 대북 지원·교류의 새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5·24조치도 비껴가는 북한판 새마을운동=농·축산업 교류와 북한판 새마을운동은 5·24조치를 피할 수 있다. 최근 일각에서 5·24조치를 해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5·24조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한의 사과가 없다는 점에서 이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은 상황이다. 정부 당국자는 24일 “5·24조치에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교류는 포함되지 않는다”면서 “정부는 북한 농민을 취약계층으로 분류하고 있어 북한판 새마을운동 지원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농·축산업 교류와 북한판 새마을운동은 직접적인 식량·비료 지원과 무관하다. 우리 사회에서 김대중·노무현정부 시절 이뤄진 현물 지원이 군수물자로 전용됐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얘기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시작된 새마을운동에 애착을 보였다. 이미 새마을운동을 북한에 보급해야 한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 중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반 총장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계속해 달라고 요청하자 “새마을운동은 한국에서 빈곤을 퇴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새마을운동을 필요로 하는 나라들에 정신과 노하우를 보급하는 데 유엔과 협력하면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통일부 업무보고에서도 “농·축산과 산림녹화 등 우리의 기술과 지식을 북한 주민들과 공유하는 것을 시작으로 북한 주민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구제역 방지 지원 제의는 본격적인 대북지원 시험대=정부가 이날 북한이 요청하지도 않은 대북 구제역 확산 방지 및 퇴치 지원을 먼저 제의한 것은 향후 당국 차원의 본격적인 대북지원 가능성을 타진하는 시험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 농촌 발전을 위해 농·축산업 교류를 통한 북한판 새마을운동을 지원하겠다는 방침과도 무관치 않다.

북측이 우리 제의를 수용하면 박근혜정부 들어 당국 차원의 첫 직접 대북지원이 이뤄진다. 또 우리 정부가 농·축산업 교류에 선제적으로 나섰다는 의미도 있다. 이번 지원은 전통적인 식량·비료 지원이 아니라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우리 정부의 마지막 직접 대북 지원이었던 2010년 9월 북한 수해 때 쌀과 시멘트 72억원어치를 보낸 것과 대비된다.

◇세계로 수출되는 새마을운동, 이번엔 북한=새마을운동은 1970년 4월 22일 박 전 대통령이 농촌재건운동에 착수하면서 시작됐다. 이듬해 전국 3만3267개 동·리에 시멘트 등을 무상 공급하며 각 마을마다 하고 싶은 사업을 자율적으로 하도록 했고, 협동노력을 장려했다. 이후 정부의 절대적 지원 속에 새마을운동은 근면·자조·협동이라는 3대 기조와 ‘잘 살아보세’를 슬로건으로 의식개혁운동으로 발전, 농촌개발사업을 넘어 한국사회 전체의 근대화운동으로 확대됐다.

새마을운동은 최근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아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 특히 북한과 같이 기아로 신음 중인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집중적으로 보급되고 있다. 안전행정부와 외교부는 미얀마 르완다 우간다 모잠비크 등의 국가를 대상으로 부처·기관별로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미 외국 정부와는 처음으로 미얀마와 새마을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올해부터 6년간 244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또 4월 22일 새마을의 날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는 새마을 운동 지도자 등 2300여명을 초청, 이들의 현장 경험을 공유하는 세계 새마을지도자 대회도 열 계획이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