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親)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실각시키고 친(親)서방의 야권세력이 권력을 잡으면서 새판 짜기에 돌입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월 25일 조기 대선을 앞두고 급부상 중인 야권 ‘잠룡’ 5인을 23일(현지시간) 소개했다.
가장 첫손에 꼽히는 주자는 율리야 티모셴코(53·여) 전 총리다. 2004년 우크라이나 민주시민혁명인 ‘오렌지 혁명’의 주역으로 야권의 상징적 인물이다. 지금으로선 그의 차기 대통령 수순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하지만 휠체어에 의지할 정도로 쇠약해진 건강이 문제다. 현재 그의 오른팔 격인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라다(의회) 신임 의장이 대통령 권한 대행도 겸하고 있다.
전 헤비급 복싱 챔피언 비탈리 클리치코(41)도 인기가 높다. 지난 3개월간 반정부 가두시위에 계속 참가해 수감 중이던 티모셴코의 공백을 훌륭히 메웠다. 그는 티모셴코 석방 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 선두주자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지도자 경험 부족이 결정적인 아킬레스건이다.
비교적 젊은 나이지만 다양한 경력을 지닌 아르세니 야체뉵(39) 조국당 대표도 근래 떠오른 잠룡이다. 변호사 출신으로 중앙은행 총재 대행과 외교장관을 지냈다. 무엇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지지하는 인물이어서 주목된다.
이밖에 억만장자 재력가 가운데 유일하게 반정부 시위를 공개 지지한 페트로 포로셴코(48), 우익 성향의 자유당을 이끄는 올레 티아니보크(45) 등이 거론된다.
이들 5명 중 누가 권력을 잡든 적극적인 친서방 정책을 펴리란 사실은 분명하다. 반정부 시위가 촉발된 것도 EU와의 경제협력협정 체결이 틀어졌기 때문이다. 투르치노프 대통령 권한 대행은 대국민연설에서 “유럽의 일원이 되는 데 집중하고 러시아와의 관계를 재정립하겠다”고 천명했다.
우크라이나가 경제위기에서 벗어나려면 EU의 지원만으론 부족하다. 러시아의 도움이 절실하다. 러시아는 새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약속했던 150억 달러 원조를 미룰 것이라고 일단 선을 그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 정권 교체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완패했다’고 보긴 아직 이르다”며 “러시아의 ‘플랜B(차선책)나 플랜C(차차선책)’를 두고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플랜B는 티모셴코를 통해 제한적이나마 우크라이나 통제권을 갖는 것이고, 플랜C는 경제원조 카드로 상황을 반전시키는 것이라고 WP는 소개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로 망명하려다 실패한 야누코비치 대통령에 대해 수배령을 내렸다. 내무장관 대행 아르센 아바코프는 24일 페이스북에 “야누코비치 대통령과 몇몇 공직자들이 민간인 대량 살해 혐의로 형사 입건됐으며 그들에 대한 수배령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그는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도주 행로를 상세히 소개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 일행은 당국의 추격을 피해 모든 통신 장비를 꺼놓아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국내 숨어 지내다가 러시아 망명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독일은 우크라이나의 새로운 지도자로 떠오른 티모셴코 전 총리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현지 주간 슈피겔은 “티모셴코 전 총리가 약속을 저버리는 행동을 보였다”고 보도했고, 일간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과거 가스 사업가로서 보여준 불투명한 행적을 거론하며 “신뢰감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백민정 기자
“우크라이나 차기 대권 어디로…” 촉각
입력 2014-02-25 01:30 수정 2014-02-25 1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