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1100만 가구인데… 유럽 홈리스 410만명
입력 2014-02-25 01:38
빈집이 1100만 가구나 되지만 홈리스(Homeless·노숙인 등 주거취약계층) 410만명이 살 집을 찾아 헤매고 있다. 오늘날 유럽의 모순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4일(현지시간) 유럽 각국의 통계를 바탕으로 유럽 내 빈집의 숫자를 추산했다. 가장 많은 곳은 스페인으로 340만 가구나 된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각각 200만 가구, 독일은 180만 가구로 집계됐다. 포르투갈(73만5000가구), 영국(70만 가구), 아일랜드(40만 가구), 그리스(30만 가구) 등에도 만만치 않은 빈집이 존재한다.
빈집의 대부분은 2007∼2008년 금융위기 직전까지 형성된 부동산 호황기에 지어진 집들이다. 전체 1100만 가구 중 수십만 가구는 공사가 중단돼 흉물로 버려져 있다. 자선단체 ‘엠프티 홈’의 데이비드 아일랜드 대표는 “믿을 수 없는 수치”라며 “수백만명의 홈리스들을 생각하면 충격적인 낭비”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 통계에 따르면 유럽 전역의 홈리스 숫자는 410만명에 이른다. 유럽 빈집의 절반도 안 되는 수치면 홈리스 문제는 해결된다. 아일랜드 대표는 “정책 당국자들은 부자들이 주택을 집(home)이 아니라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여기는 문제를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나서서 부자들이 소유한 빈집을 우선 시장에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가디언 조사에 따르면 영국 런던의 ‘억만장자 거리’에 있는 고가 주택 중 3분의 1은 빈집이다. 스페인 휴양지에 우후죽순처럼 들어섰던 집들도 역시 3분의 1가량은 비어 있다. 은행들도 문제다. 스페인의 경우 빚 감당이 안 되는 상당수 집들이 은행 소유로 넘어갔지만 시장에는 나오지 않는다. 스페인 카탈로니아 지역의 한 시의회는 은행이 압류한 집이 2년 이상 빈집 상태로 있다면 최대 10만 유로(약 1억5000만원)까지 벌금을 물리도록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가디언은 “스페인의 경우 주택 압류와 퇴거 명령이 지속되면서 ‘집이 없는 너무 많은 사람과 살 사람이 없는 너무 많은 집’을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