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3월 독일 방문… ‘반성없는 日’ 압박 행보
입력 2014-02-25 02:33
중국이 일본에 대한 ‘압박 외교’를 계속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다음 달 하순으로 예정된 독일 방문에서 2차 세계대전 관련 기념관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이후 계속해 온 대일 비판 공세를 이어간다는 계산이다.
특히 이러한 과정에서 독일과 일본이 2차 세계대전 뒤 보여 온 상반된 태도를 극명하게 대비시키겠다는 것이다. 다만 독일이 이에 대해 못마땅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걸림돌이 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외교 당국이 독일 측에 “시 주석이 베를린에서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방문하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23일 보도했다. 그러나 독일 측은 “홀로코스트 기념관은 절대로 안 된다. 접근금지 구역이다”라며 즉각 거부 의사를 밝혔다.
독일이 이러한 태도를 보이는 주된 이유는 중국과 일본 사이의 분쟁에 말려들어가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2차 세계대전의 부정적 유산을 되새기는 일이 시 주석 독일 국빈방문의 핵심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러한 제안이 거절되자 역시 베를린에 있는 노이에 바체 기념관 방문을 타진했다. 이 기념관은 전범들이 아니라 파시즘과 군국주의에 희생된 사람들을 추모하는 곳이다. 이에 대해서는 독일 측이 아직 분명한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은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뒤 다양한 형태로 일본을 압박해 왔다. 각국 주재 중국 대사들을 동원해 군국주의로 회귀하는 일본을 비난하는 글을 주재국 주요 매체에 기고토록 한 것은 장기적인 ‘여론전’을 펴겠다는 신호였다.
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는 베이징 주재 서방국가들 대사관에도 압력을 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대사관이 본국 정부에 대해 아베 총리를 비난하는 대열에 참가토록 종용하는 역할을 하게 한 것이다. 다수 외교관들은 중국 정부가 이러한 행보를 보였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독일이 중국의 대일 압박 외교에 적극적으로 동조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데는 다소 감정적인 이유도 깔려 있다. 즉 중국 관영 매체들은 지난달 정기 중·독 국방장관 회담이 끝난 뒤 “독일 측이 (일본에 대한) 중국의 입장에 공감을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독일 관리들이 “독일로서는 역사의 교훈이 매우 쓰라렸다”며 “독일은 철저한 반성과 많은 노력을 통해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었다”고 말한 것을 이렇게 중국의 입맛에 맞춰 보도한 것이다. 독일의 한 외교관은 “독일은 이러한 보도 태도를 정말 불만스러워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일본에 대한 압박은 다른 목적도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이를 통해 매년 방위예산을 두 자릿수로 늘리고 동중국해에서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는 등 군사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논란을 희석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다음 달 24∼25일 이틀 동안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등 유럽 4개국을 순방할 계획이다. 독일은 이들 국가 중 첫 번째 방문국이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