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증권사-제재심의委서 고백 쏟아내] 몰래 투자 직원들 쪽박행진

입력 2014-02-25 02:34


“선물옵션 계좌에서는 2억4000만원의 손실을 봤고, 월급 300여만원은 원리금 상환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과태료를 납부하기가 힘이 듭니다.”

지난해 12월 19일 K증권과 I증권 직원들이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쏟아낸 고백은 주식투자로 수익을 거두는 것은 증권사 직원에게도 녹록지 않은 것임을 보여준다.

자본시장법을 어기고 친인척 계좌를 동원해 주식을 거래하다 감사원과 금융당국에 적발된 이들은 “주식투자에서 거액 손실을 입었고, 그럴수록 매매를 계속 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했다. 증권가가 현금지급과 수수료 무료 이벤트 등으로 주식투자를 권한 지 오래됐지만, 투자자들이 시장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이유다.

이들이 법을 어기고 주식거래를 시작한 계기 중 하나는 수수료 무료 이벤트였다.

K증권의 한 직원은 제재심의위원회에서 “타 증권사의 수수료가 6개월간 무료라는 점에 혹해 규정을 위반하게 됐는데, 매매손실이 계속돼 위반 기간이 길어졌다”고 소개했다. 감사원 감사 이전에 자진해서 계좌를 폐쇄한 한 직원은 1억2000만원의 손실을 입었다.

몰래 한 주식투자가 이익으로 이어진 사례는 없었다. 이들 중에는 신용회복위원회에 사전채무조정신청을 해서 10년간 매달 수백만원씩 상환 중인 직원, 학자금대출 체납통지까지 받아 회사 교육생 숙소에서 지내는 직원도 있었다. I증권에서도 부모님의 사채 빚을 감당해야 한다며 과태료 납부가 어렵다고 호소하는 사례가 발견됐다.

감사원 적발 이후 퇴직했고,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있어 과태료 납부가 곤란하다는 직원도 있었다. 직원들의 사정을 일일이 설명한 K증권 관계자는 “모두 이익을 얻은 사실이 없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불확실성에 질린 투자자들은 증시를 떠나고 있다. 지난해 주식시장 거래대금은 2006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업계의 자기자본이익률(ROE)도 마이너스로 떨어진 상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간의 출혈경쟁을 보면 ‘이들은 뭘 먹고 살려나’ 하는 생각도 든다”며 “결국 시장이 성장해야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