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증권사-사활 건 고객 유치전쟁] “주식 투자 좀” 고객 꾀면서

입력 2014-02-25 02:33


“100만원 이상 타사대체입고(타 증권사 보유 주식을 옮겨 오는 것) 전원에게 최고 5만원의 백화점 상품권을 증정합니다.”

“처음 오신 고객도, 이사 오신 고객도 6개월간 수수료 무료!”

불황에 신음하는 국내 금융투자업계가 수수료 인하 전쟁으로 고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시장점유율(마켓셰어) 확보를 위해 수수료를 아예 받지 않는 증권사도 많다. 다른 증권사와의 거래를 끊고 신규 고객이 되면 백화점 상품권은 물론 현금 축하금을 지급하고, 스마트폰 할부금까지 내주며 주식투자를 권하는 실정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10대 증권사 가운데 동양증권과 하나대투증권을 제외한 모든 증권사가 연초부터 수수료 무료 이벤트 등을 진행 중이다. 우리투자증권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수수료를 1년간 받지 않겠다고 했고, 신한금융투자도 신규 계좌 개설 고객에게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수수료를 3개월간 면제했다.

인하 경쟁이 극에 달한 수수료가 사실상 0에 수렴하자 현금과 주식도 경품으로 등장했다.

지난해 대신증권은 자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로 통신비를 결제하면 최대 24만원을 지원하는 이벤트를 벌였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MTS·HTS 신규 고객 일부에게 매수 주식과 동일한 주식 1주를 선물로 줬다. 현대증권은 MTS 고객에게 스마트폰 지원금을 지급 중이다.

여의도 증권가는 포기한 수수료를 ‘장기적인 마케팅 비용’이라고 말한다. 주식시장이 살아나면 박리다매로 유치한 고객이 큰 수익원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얘기다. 이러다 보니 출혈경쟁 우려에도 불구하고 각종 특판과 사은행사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수수료 인하 회의론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HTS가 증권사마다 달라 적응하기 어려운데, 과연 고객이 수수료 때문에 거래처를 옮길 것인지 숙고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고 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한 중소형 증권사는 오히려 고객과의 오프라인 접촉을 강화해 ‘제값 수수료’를 받겠다며 HTS 등 온라인 영업을 완전히 접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