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에 짐 되기 싫다’ 장애 60대 숨진 채 발견
입력 2014-02-25 01:38
장애를 갖고 있어 자식에게 짐이 될까 걱정해온 60대 노인이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3일 오후 3시50분쯤 서울 용산구 이촌동 노들섬 부근 한강에서 A씨(64·여)가 숨진 채 물에 떠 있는 것을 행인이 발견했다. 경찰은 시신에 타살 정황이 없어 스스로 한강에 뛰어들어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노들섬 둔치에서 A씨의 신분증이 든 지갑과 휴대전화, 겉옷이 발견됐지만 유서는 없었다.
A씨는 10년 전 사고로 왼쪽 눈이 실명했다. 장애 6급 판정을 받고 생활하다 최근 노환으로 오른쪽 눈의 시력마저 급격히 나빠졌다. 여기에 위종양 진단까지 받으면서 우울증이 찾아왔다. A씨는 잇따른 질환으로 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다니며 괴로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평소 자신의 지병이 가족들에게 부담이 될 것을 걱정했다. 그는 세 아들과 주변 이웃들에게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다” “내가 빨리 죽어야 한다”는 등 신병을 비관하는 말을 자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숨진 채 발견된 날 오전까지 평소처럼 큰아들(38)과 함께 있다가 큰아들이 출근한 후 혼자 짐을 챙겨 나왔다. 큰아들은 경찰에서 “아침에 출근하려고 집을 나선 이후 오후 들어 어머니와 연락이 끊겼다”고 말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