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의 그리움 달랜 LA한인음악회… LAKPO 창단 44주년 연주회
입력 2014-02-25 02:33
23일 오후 7시(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윌셔 에벨 극장(Wilshire Ebell Theatre). 1927년 건립된 이 극장의 1270석에 관객들이 가득 찼다. 미주 최초의 한인 교향악단인 ‘로스앤젤레스 코리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LAKPO)’ 창단 44주년 및 제111회 정기연주회가 성황리에 열렸다. 이번 공연이 특별한 건 LAKPO의 초대지휘자 조민구(82)씨에 대한 보은음악회로 개최됐기 때문이다.
1969년 창단된 LAKPO는 언어는 달라도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음악을 통해 세대의 차이와 인종 간 갈등을 해소하고, 한인 음악인을 발굴 및 육성하자는 취지에서 해마다 두 차례 이상 연주회를 열어왔다. 이날 연주회는 2부로 구성됐다. 1부는 신연성 LA총영사와 LA근처 한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도시인 얼바인 최석호 시장 등의 축하 영상메시지로 막이 올랐다.
2009년부터 LAKPO를 이끌고 있는 윤임상 상임지휘자가 지휘한 요한스트라우스 2세의 ‘박쥐 서곡’이 연주됐다. 왈츠와 탱고가 섞인 이 곡은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가 2008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배경음악으로 선보여 유명세를 탔다. 이어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 속에 조민구 명예지휘자가 60여 단원으로 구성된 LAKPO의 지휘대에 올랐다.
1부 하이라이트인 ‘한국 가곡의 향연’을 지휘하는 모습은 팔순의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소프라노 김정희의 ‘그리운 금강산’, 바리톤 장상근의 ‘산촌’, 테너 김원재의 ‘박연폭포’, 숭의여성합창단의 ‘내 마음’ 등 LA에서 활동하는 한인 성악가들이 우리 가곡을 선사했다. 특히 청각장애를 딛고 무대에 오른 테너 남상필은 ‘선구자’를 열창해 갈채를 받았다.
2부는 장기웅 안성 동아방송예술대 교수의 초청지휘로 진행됐다. 2부 첫 순서로 연주된 박정화(백석대 교수) 작곡의 ‘코리안 아메리칸 드림 판타지’는 경쾌하면서도 웅장한 선율로 오케스트라의 묘미와 함께 한국에 대한 자긍심을 불어넣었다. 소프라노 조현주와 테너 최왕성의 ‘기도’, 소프라노 노혜숙과 주광옥의 ‘보리밭’에 이어 여덟 살 난 서제나가 동요 ‘꽃밭에서’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LA에서 활동하는 한인 음악인은 100여명이다. 성악가가 대부분이고 악기 연주자는 드물다. 솔로로 무대에 서는 성악가들과 이화보컬앙상블, 숭의여성합창단 등 동문중심의 그룹이 있다. LAKPO 단원 가운데 한인은 10명이 채 안 된다. 하지만 끈끈한 결속력으로 44년간 LAKPO를 유지하고 있다. 베트남과 태국 등 LA교향악단의 경우 1990년대 창단된 후 몇 년 만에 해체됐다.
이날 음악회에 참석한 관객들은 가족 단위의 한인이 대부분이었다. 1980년 이곳에 설립된 한국계 은행 윌셔뱅크의 유재환 은행장은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종종 LAKPO 연주회를 통해 달래고 있다”고 말했다. 공연이 끝난 뒤 조민구씨는 “수십 년간 동고동락해온 재미교포들에게 선사하는 ‘보은음악회’라는 마음으로 지휘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로스앤젤레스=글·사진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