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툭한 날것 그대로 화폭에 담았다… ‘강요배 소묘: 1985-2014’
입력 2014-02-25 01:35
제주에서 활동하는 강요배(62) 작가는 세월의 흐름에 몸과 마음을 맡긴다. 바람이 불면 바람 부는 대로, 비가 오면 비 오는 대로 자연과 더불어 그림을 그린다.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상징어는 ‘스침’이다. 꾸밈없이 자연스럽고 순수한 예술세계를 추구하는 그의 작업 바탕은 드로잉이다. 그에게 드로잉이란 회화를 위한 기초 작업이 아니라 하나의 독립적인 작품이다.
서울 삼청로 학고재갤러리에서 3월 30일까지 열리는 ‘강요배 소묘: 1985-2014’는 1980년대 일간지와 동화책 등의 삽화가로 활동했던 시기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30년에 걸쳐 작업한 드로잉 50여점을 선보이는 전시다. 서울대 미대를 나와 창문여고 교사를 지내다 제주로 돌아간 그는 바닷가와 들판에서 풀꽃과 풍경들을 스케치하며 온몸으로 고향 땅을 느꼈다.
마음속 풍경으로 자리 잡은 자연에 대한 드로잉은 그의 작업 테마인 민중성과 리얼리즘의 토대가 됐다. 작가는 “드로잉이 회화에 비해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날것 그대로의 싱싱한 맛이 있다”고 강조했다. 전시에서는 매서운 제주 바람을 맞으며 작품당 10분 정도 만에 그린 ‘돌하르방’ 20여점, 1998년 화가로는 처음으로 금강산에서 스케치한 ‘해금강’ 시리즈 등이 나왔다.
1989년 대서사극 ‘동백꽃 지다’ 작업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작가는 1990년대 들어 제주 4·3사건의 아픈 역사를 그림 속에 끌어안으며 민중화가로 불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비유적으로 설명했다. “모든 것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하게 돼요. 이석기처럼 너무 앞서갈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심석희처럼 영리하고 재빠르게 앞지를 필요는 있지요.”(02-720-1524).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