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문화] 유감! 이상문학상

입력 2014-02-25 01:36


매년 문단 첫 행사는 문학사상사가 주관하는 이상문학상 수상작 발표로 시작된다. 2014년 제38회 이상문학상 수상작 발표 역시 지난 1월 13일에 열려 문단행사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올 대상 수상작은 편혜영의 단편 ‘몬순’”이라고 발표한 문학사상 권영민 주간은 이날 “‘몬순’을 읽어본 분이 있습니까”라고 다소 겸연쩍게 물었지만 문학기자 가운데 그 작품을 읽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몬순’은 ‘한국문학’ 2013년 12월호에 실린 작품인지라 분주한 세밑 분위기에서 각종 문예지에 실린 수십 편의 단편을 일일이 찾아 읽을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하기야 문학사상사는 이상문학상 후보작 선정을 앞둔 매년 12월초 언론사 문학담당기자와 평론가 등 수십 명에게 그 해에 각종 문예지에 발표된 단편소설 목록을 보낸 뒤 그 가운데 3편을 후보작으로 추천해달라는 이메일을 발송하고 있긴 하다. 심사의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그런 관행에도 불구하고, 각계의 추천을 받은 작품이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최종 후보작에 올랐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추천 형식은 갖췄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얼마든지 주최 측의 주관이 개입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추천 제도가 이상문학상 운영위원회의 문학적 긴장을 담보하는 도구가 된다면야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문제는 매년 ‘문학사상’ 2월호에 이상문학상 수상작을 게재하지 않고 오히려 2월호를 통해 수상작을 읽고 싶은 독자들을 유인해낸 뒤 2월 중순, 이상문학상 수상집을 출간한다는 점에 있다. 올 ‘문학사상’ 2월호에도 어김없이 심사평과 선정경위, 수상소감, 문학적 자서전, 작가론, 작품론 등이 문학사상사의 한 해 명운을 건 식탁처럼 화려하게 차려졌다. 그래서 문단 안팎에서는 “문학사상사가 이상문학상 수상집으로 그 해 장사를 시작한다”는 질타가 항용 잔존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상문학상 수상작 출판권이 5년 동안 문학사상사에 귀속된다는 데 있다. 수상작가의 입장에선 상금 3500만원과 5년간의 출판권을 맞바꾼 셈인데 이게 개인 사정에 따라서는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수상작가 가운데는 “수상작의 출판권이 문학사상사에 묶여 있는 바람에 정작 신작 단편집을 묶으려고 해도 수상작을 가져올 수 없다”며 불만을 털어놓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상문학상 운영 방식이 일방적이라는 얘기다.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 식의 방관이라면 더 할 말이 없다. 그렇더라도 얄팍한 속내가 들여다보이는 이런 관행을 문학사상사가 뜯어고칠 의향은 없는지 묻고 싶다. 월간 ‘문학사상’은 올 6월로 통권 500호를 맞는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