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복음으로] ‘순회선교단’ 대표 김용의 선교사

입력 2014-02-25 02:32


“복음이면 정말 충분합니까?” “관념아닌 실재가 돼야…”

‘순회선교단’ 대표 김용의(60) 선교사를 지난 12일 경기도 남양주시 불암산로의 천보산민족기도원에서 만났다. 그는 중국에서 며칠간의 복음 전파 사역을 마치고 막 귀국하는 길이었다. 차에서 내리는 그를 보자마자 티셔츠에 적힌 글귀가 들어왔다. “복음이면 충분합니다.”

그 글귀를 보고 생각하게 된다. ‘과연, 복음이면 충분한 삶을 살고 있는가?’ 이것은 두렵고 엄숙한 질문이다. 나는, 우리는, 한국 교회는 복음이면 충분한가? 적어도 신자라면 ‘복음이면 충분하다’는 관념을 갖고 있을 것이다. 이 단순한 메시지를 전하지 않는 교회는 없을 터. 그러나 이 말, ‘복음이면 충분하다’는 개념이 삶에서 실재가 되고 있는가가 관건이다. 관념, 혹은 지식과 실재는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다.

복음 전파자이자 선교 동원가로 열방을 다니며 십자가 메시지를 전하는 김 선교사는 한국 교회에선 상당히 알려진 인물이다. 각종 집회에서 모시기 원하는 ‘스타 강사’다. 그런 그의 스펙은 형편없다. 공식 학력은 중학교 2학년 중퇴. 그는 스스로의 표현대로 ‘재수 없는’ 집안의 ‘망할 놈의’ 아이였다. 부친은 술장사를 하다 단명했고, 형님은 동두천 기지촌을 헤매다 요절했다. 소망이라곤 전혀 없는 삶을 살던 그의 인생 터닝 포인트가 된 것은 주 예수 그리스도와의 운명 같은 만남이었다. 20세에 그분을 만난 이후 김 선교사는 주 예수 그리스도께 인생을 걸었다. 물론 예수님을 만났어도 삶의 우여곡절, 희로애락은 이어졌다. 그러나 선하신 그분은 ‘재수 없는 집안의 망할 놈의 아이’의 인생에 개입하셨다. 그분과의 무수한 ‘그 일들’을 통해 김 선교사는 우상향 믿음의 소유자가 되게 됐고 결국 “하나님 한 분이면 충분합니다”는 고백을 하기에 이르렀다.

주 예수를 만난 이후 그는 깨달았다. 자신이 지독히도 불행한 인생을 살았다고 여겼는데 정말 불행했던 것은 하나님을 모르고 살았던 인생이라는 사실을. 요한복음 3장 16절 말씀이 실재로 다가오는 순간, 그는 하나님께 “내 환경을 절대로 바꾸지 말아 주세요”라는 고백을 했다. 비참한 환경이 아니었다면 하나님을 도저히 알 수 없었던 그였다. 그렇다면 그 불행한 환경은 최고의 주님을 만나게 해 준 다시없는 기회의 여건이었다는 깨달음이 왔다.

그때 이후로 김 선교사는 무소유의 삶을 살고 있다. 수십 명의 순회선교단 사람들도 무소유를 실천한다. 선교단에 들어오려면 먼저 재산을 정리해야 한다. ‘복음이면 충분하다’는 개념을 실재로 살아내는지를 알려주는 리트머스 시험지는 이 땅 사람들이 생명처럼 여기는 돈의 처리였다.

김 선교사는 각종 집회에서 래디컬한 메시지를 전한다. 그의 말은 ‘섞인 복음’ ‘왜곡된 복음’에 함몰되어 있던 사람들을 정신 차리게도,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긴 시간의 대화에서도 그의 말은 선명했다. 살아있는 말이었다. 뻔한 질문을 했다. “복음이면 정말 충분합니까?” 그는 눈시울을 붉혀가면서 답했다.

“복음이면 충분합니다. 정말 충분하다고요. 하나님이 주시는 복음은 우리를 변화시키는 복음입니다. 십자가 복음을 통해서 진정으로 예수님을 만난 사람들은 결코 이전과 같은 삶을 살 수 없습니다. 절대자이신 그분이 이제 내 안에서 사시는 것입니다. 그때, 모든 것이 이뤄집니다. 우리 삶이 왜 초라한지 아십니까? 완전한 복음에 뭔가를 덧붙이기 때문입니다. ‘복음이면 충분하다’고 실컷 말하면서도 거기에 채색을 하기 때문입니다. 복음을 자신들이 원하는 뭔가를 얻는 수단 내지는 방법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복음에 모든 것을 걸었을 때 ‘충분함’과 ‘완전함’의 삶이 어떤 것이라는 점을 알게 됩니다.”

그는 이 시대는 복음을 부끄러워하며 복음에 심리학과 경영학, 철학 등 각종 세상 학문들을 덧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시절 우리는 하나님의 복음을 나 하나도 변화시킬 수 없는 무기력한 복음으로 둔갑시켰습니다. 우린 복음을 너무나 쪼가리로 이해했어요. 구원 확신용 복음, 사역 능력용 복음, 치유용 복음, 제자 훈련용 복음, 이론뿐인 서류 보관용 복음, 죄책감 쓰레기 하치장 복음 등…. 그러다 보니 ‘복음은 좋기는 하지만 그것 말고도 다른 것이 필요하다’는 세상의 논리에 저항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복음은 모든 이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고 생명입니다. 그래서 복음이면 충분합니다. 이것이 실재가 되어야 합니다.”

김 선교사는 대화 가운데 ‘실재’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 그는 집회에서 청중에게 ‘돌직구’를 날린다. “당신들은 복음을 믿습니까? 그러면 복음은 기쁜 소식인데 지금 기쁩니까? 거룩한 삶을 살고 있습니까? 용서하고 있습니까? 정말 정직하게 생각해 봅시다. 복음이 여러분의 삶에서 실재가 되고 있습니까? 대학 입시보다, 승진보다, 성공보다, 목회보다, 자녀 교육보다 더 실재가 되고 있냐고요? 영원을 갈망하며 복음 앞에 한번이라도 정직하게 서 본 적이 있습니까?”

그는 살아계신 하나님에 대한 돌덩어리 같은 믿음 하나만 있으면 이 땅을 이기고 살 수 있다면서 “전적인 자기 포기는 하나님의 절대 은총을 가져온다”고 했다.

“한국 교회 사역자들에게 갱신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무소유로 살아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길게 말할 필요 없어요. 한국 교회 갱신은 목회자들이 무소유만 실천하면 된다고 봅니다. 살아보니 돈 문제에 자유로운 사람이 눈치 보지 않고 할 말 하고 살게 됩디다. 그런데 소유를 갖느냐, 갖지 않느냐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정말로 상식과 미뤄 짐작하기가 아니라 ‘그의 나라를 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해주겠다’는 그분의 말을 문자 그대로 실제로 믿을 수 있는가가 초점입니다. 복음대로 살아 보아야 하나님의 절대 은총을 경험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김 선교사는 지금 한국 교회의 어려운 상황은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나는 한국 교회 최고 성장기에 자랐습니다. 개인적으론 교회의 ‘열심 있는 신자’의 상징과도 같았습니다. 목사님 말이라면 뭐든지 했으니까요. 그런데 그 속에서 무엇을 들었는가 생각해 봅니다. 30년 전에 우리는 무슨 메시지를 들었습니까? 고스란히 심은 대로 거둡니다. 지금 한국 교회 상황은 오랜 시절 섞인 복음이 난무했던 결과입니다. 70, 80년대에 유행했던 대부분의 메시지는 성공, 부흥, 번영, 문제해결, 소원성취 등과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죽음과 심판, 죄, 구원, 영생, 동행, 거룩 등이 별로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지금 이런 것들이 낯설게 됐습니다. 복음이 낯설게 된 시대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입니다.”

그는 요즘 한국 교회를 바라보면 성경의 선지서를 읽는 느낌이라고 했다. 패역한 세대를 바라보는 호세아의 심정이라면서 지금이 사사기 2장 10절과 같은 시대라고 언급했다. “그 세대의 사람도 다 그 조상들에게로 돌아갔고 그 후에 일어난 다른 세대는 여호와를 알지 못하며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위하여 행하신 일도 알지 못하였더라.”(삿2:10) “여호수아 시대에는 딱 한 가지만 빼놓고 다 있었습니다. 땅을 찾았고 잘 먹게 됐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가 없었습니다. 신앙입니다. 복음입니다. 지금 우리가 그렇지 않습니까? 본질을, 복음을 피해가면 지금 나 혼자는 밥 잘 먹고, 인생을 그럭저럭 지낼 수 있겠지만 이 시대는 어떻게 됩니까? 어떻게 그대로 눈을 감을 수 있겠습니까?”

김 선교사는 모든 것을 일시에 타개하기 위해선 ‘다시 복음 앞에’ 정직하게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믿음 좋은 장로님과 권사님도 화려한 세상에서 TV 보다가 일생을 그냥 마칠 수 있습니다. 중병 걸렸는데도 넋 잃은 채 죽을 수 있자는 말입니다. 인생의 비상등을 켜고 복음 앞에 서야 합니다. 복음 앞에 섰을 때 나는 죽고 그리스도가 드러나게 됩니다. 거기서 모든 일이 시작됩니다.”

지금 김 선교사와 순회선교단은 5박6일간 실시되는 복음학교를 진행하고 있다. 일반인과 목회자를 나눠 하는 이 복음학교는 광고를 하지 않음에도 매회 수많은 사람이 참석하고 있다. “복음학교를 하면서 사람들이 얼마나 영적으로 목말라 있는지 알게 됩니다. 감사한 것은 믿음의 도전을 하면 사람들이 받아들인다는 사실입니다. 아직 한국 교회에는 ‘성경대로 믿자. 예수님 앞으로 돌아가자’하면 흘릴 눈물이 남아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시간 놓치면 큰일 납니다. 복음 자체를 거부하는 시대가 오면 그땐 정말 끝입니다. 우린 다시 복음 앞에 서야 합니다. 오늘을 포기하지 마세요. 오늘은 바로 영원을 심는 날입니다.”

남양주=이태형 국민일보 기독교연구소 소장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