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서 만날 사람] 라제건 헬리녹스 대표 “17년 걸려서 만든 최고의 등산스틱 회사의 자존심”

입력 2014-02-25 01:32


백패킹이나 미니멀캠핑과 같은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헬리녹스’라는 브랜드를 한 번쯤을 들어봤을 것이다. 초경량 등산 스틱에 이어 획기적인 디자인의 초경량 체어, 테이블, 간이침대 등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헬리녹스는 ‘체어원’과 ‘그라운드체어’로 세계 최대 스포츠·아웃도어 박람회인 ISPO에서 지난해와 올해 연달아 본상을 수상하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27개국에 수출되며 세계가 주목하는 이 브랜드를 만든 이가 텐트 폴 하나로 세계 시장을 석권한 동아알루미늄(DAC)의 라제건 대표다.

“헬리녹스는 2009년 등산스틱을 세상에 선보이면서 탄생했습니다. 등산스틱은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하는 제품 중에는 개발과 생산에 있어서 가장 난이도가 높습니다. 남들 만드는 것처럼 만들면 어려울 게 없지만 처음부터 우리 이름을 건 최고의 등산스틱을 내놓겠다는 목표가 있었기에 17년이나 걸렸습니다.”

라 대표는 “과연 어려웠다”는 한 마디로 그간의 개발 과정을 압축했다. 같은 강도에서 무게를 얼마까지 줄일 수 있을까와 기존 잠금장치들의 단점을 확실하게 보완할 수 있을까라는 두 가지 문제점을 함께 해결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먼저 라 대표는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등산스틱 브랜드의 제품들의 무게가 300g대인 점을 감안, 무게를 200g대로 낮추고자 했다. 자체 개발한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센 알루미늄 소재 ‘TH72M’과 타의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생산 정밀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 있었다. 하지만 최적의 규격이라는 기준 자체를 새로 만드는 일이었기에 수없이 스틱의 길이와 굴절강도를 연구하고 시험해야 했다. 게다가 사용자의 용도에 따라 경량 스틱 규격과 강성 스틱 규격 두 그룹으로 나누겠다는 고집까지 부린 덕에 개발비와 생산비가 두 배나 들었다. 이러한 고집은 결국 만족스러울만한 결과로 돌아왔다. 경량 스틱은 140g대까지 무게를 낮췄고 강성 스틱도 원하는 강도에 무게를 225g까지 줄였다.

잠금장치는 버튼식과 레버식, 내부 나사 조임식이 제각각 가진 단점들을 모두 보완하는 방향으로 진행했다. ‘시계 공장을 차리는 것과 같은 정밀한 작업’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작은 디테일에까지 집착했다. 수정과 수정을 거듭한 끝에 등산스틱 브랜드 중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모든 방식의 잠금장치를 갖추게 됐다. 라 대표는 “어떤 방식의 잠금장치라도 사용자가 쉽고 편리하게 다룰 수 있고, 튼튼하고 잔 고장 없이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다”며 “같은 잠금장치끼리 비교했을 때 그 어떤 브랜드라 해도 헬리녹스가 우위에 설 정도로 확실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단언했다.

또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을 듣는 아웃도어 퍼니처들은 스틱에 비하면 ‘누워서 떡먹기’처럼 쉬웠다. 기술적으로 까다로운 게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산 복제품이 기승을 부리지만 제값주고 정품을 사겠다는 국내 소비자들의 응원도 만만치 않다.

“사실 스틱은 우리에게 돈 버는 아이템이 아닙니다. 우리의 자존심입니다. ‘이 정도 할 수 있어?’라는 제품이죠. 제조업의 본질은 남들과 차별화되는 기술로 시장에 좋은 제품을 선보이는 겁니다. 영업이익과 매출을 따졌다면 결코 새로운 제품들을 만들 수 없었을 겁니다. 우리는 개발하고 부시면서 내공이 쌓였기에 헬리녹스를 탄생시킬 수 있었습니다.”

글=김 난, 사진=윤성중 쿠키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