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예비후보 등록 시작 선거 막올라] ‘깜깜이·돈 선거’… 직선제 오명 이번엔 벗을까
입력 2014-02-24 01:34
6·4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전국 시·도 교육감 선거의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면서 교육감 선거의 막이 올랐다. 벌써부터 전국에서 150∼160명의 후보가 거론될 만큼 치열한 격돌이 예상된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여러 인물들 못지않게 주목받고 있는 ‘뜨거운 감자’가 바로 교육감 선거제도다. 교육감은 2010년 교육감 직선제가 도입되면서 권한이 강해졌다. 교육정책을 놓고 정부와 맞서기도 하고, 지역실정에 맞는 독자적인 사업을 추진하기도 한다. 교원과 교육청 소속 공무원의 인사권을 쥐고 있고, 예산 집행권도 행사한다. 교육감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시·도 교육의 방향과 학교현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직선제 교육감 선출방식은 교육자치와 지방교육의 내실화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많은 문제점과 부작용을 일으켰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공천과 관계없기 때문에 후보가 난립하고, 이로 인한 ‘로또 선거’와 유권자들이 누가 누군지 모르고 투표하는 현상 또한 발생했다. 난립하는 교육감 후보자들에 묻히기보다 현행 교육감 선거제도 자체를 꼼꼼히 뜯어봐야 하는 이유다.
◇각종 비리 연루·정치적 중립 훼손…‘위기의 교육감 직선제’=직선제의 폐단으로는 과도한 선거 비용이 꼽힌다. 후보 1인당 평균 12억원(서울 39억원, 경기도 41억원)에 달한다. 현행 제도는 후보자가 시·도 단위 광역 선거구를 대상으로 정당조직과 국고지원 없이 개인적으로 선거를 치르도록 돼 있다. 조직과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도전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선거과정에서 각종 비리에 연루돼 중도하차하는 교육감이 많은 것도 과도한 선거비용이 빚은 부작용 탓이란 지적이 많다. 안양옥 교총 회장은 “주변의 도움으로 당선된 교육감들은 재선을 위해 제 식구를 교육계 내부에 심게 마련이고, 자기편을 만들기 위해 ‘줄 세우기’를 해왔다”며 “교육감 직선제가 헌법 가치인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선제 폐지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신 ‘선거공영제’나 예전의 간선제, 지방자치단체장의 러닝메이트제 등의 대안이 거론되고 있다. 선거공영제는 포스터 및 유세차량 등의 경비를 선거관리위원회가 먼저 지불하거나 비용을 아예 명시해 정해 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현행 직선제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있다.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간선제나 지방자치단체장의 러닝메이트로 선거를 치르는 건 정치로부터 중립적일 수 없다고 본다”며 “오히려 당선 후 정치권의 영향을 받지 않고 교육정책을 펼칠 수 있는 방법이 직선제”라고 강조한 바 있다.
◇“교육감에게 교육경력은 필수” VS “주민의 몫에 맡겨둬야”=교육감 선거제도를 둘러싼 또 다른 논란거리 중 하나는 바로 교육감 후보자가 교육경력을 지녔느냐의 여부다. 최근 국회는 교육경력 3년 이상의 교육감 후보 자격요건을 6·4 지방선거에는 적용하지 않고 올해 7월 재보선부터 적용하는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는 교육 경력이 없는 후보자도 출마가 가능하다. 새 규정이 오는 6월 선거를 앞두고 교육경력 없이 교육감 선거를 준비해 온 후보자들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취지다.
하지만 교육경력 없는 인물이 교육수장이 되는 것에 대한 교육계의 반발이 거세다. 전교조 관계자는 “교육의 전문성은 헌법(제31조 제4항)에 규정되어 있는 정신”이라며 “국가 백년대계의 기초인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감 자리에 교육경력이 없는 인물이 당선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물론 반대시각도 존재한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교육감은 단순한 행정직이라기보다 특별시장이나 광역시장 또는 도지사에 버금가는 정치적 결정도 내려야 하는 정무직”이라며 “교육감을 주민이 직접 선출한다면 어떤 자를 선택할 것인지는 주민의 몫으로 열어 둬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감 자격을 교육 경력자에 한정시키는 것은 피선거권과 선거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교육 경력자에게 특혜를 베푸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교호순번제’ 도입으로 ‘로또선거’ 방지될까…유권자 무관심과 이념논쟁 해결은 과제=이번 교육감 선거부터는 ‘교호(交互)순번제’가 도입된다. 교호순번제는 개별 후보의 이름을 가로로 나열하는 방식이다. 기초의원 선거구마다 투표용지를 달리해 순서를 바꾼다. 지난 선거까지는 추첨을 통해 뽑은 번호대로 후보의 이름을 세로로 적어 유권자들에게 정당별 후보의 번호를 연상시키는 폐해가 지적됐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지세가 강한 곳에선 자질보다는 추첨만 잘하면 당선된다는 ‘로또 선거’란 비아냥거림을 들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교호순번제를 도입한 이번 선거부터는 후보자들의 ‘기회의 균등’이 어느 정도 보장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다른 기초자치단체장에 비해 적은 유권자들의 관심과 낮은 투표율, 이로 인해 빚어지는 ‘대표성의 문제’ 역시 현행 교육감 선거제도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또 선거 때마다 후보자들이 보수·진보로 나누어져 교육이슈보다 진영 논리에 휘둘리는 모습 역시 개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