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2차 상봉] 태평양 건너서라도 혈육은 찾는다

입력 2014-02-24 01:37 수정 2014-02-24 03:45

남북 이산가족 2차 상봉에선 헤어진 혈육을 만나기 위해 미국과 캐나다에서 태평양을 건너온 상봉자들이 눈길을 끌었다.

미국에 거주하며 남편을 따라 성까지 바꾼 김경숙(81)씨는 23일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단체상봉을 통해 북쪽의 오빠 전영의(84)씨를 만나자마자 테이블 앞에 선 채 서로 얼싸안고 오열했다. 여동생 김씨가 “엄마가 오빠 나가시고 대문을 안 잠그고 살았다”고 흐느끼자 전씨는 “어머니, 내가 언제 올지 몰라 대문을 안 잠그고 살았단 말이오”라고 외치며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전씨가 북에서 낳은 아들을 소개하자 아들이 “고모”라고 울부짖으며 서로 껴안는 장면도 연출됐다. 김씨는 오빠 전씨에게 “적십자사에서 오빠가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전화통을 붙잡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고 울먹였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김씨의 딸도 손수건을 꺼내 계속 눈물을 훔쳤다.

캐나다에 사는 최정수씨도 전쟁통에 헤어진 언니 정애(79)씨를 만나기 위해 비행기편으로 날아왔다. 언니는 당시 적십자병원에서 간호사로 있었는데 인민군이 내려오면서 강제로 병원일을 보다 인민군과 함께 북으로 끌려갔다. 정수씨는 “전쟁통에 언니가 학교에 갔다가 안 왔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느냐”며 “캐나다에서 올 때 힘들었지만, 언니를 봐야 한다는 일념으로 이렇게 왔다”고 힘주어 말했다.

북쪽에 있는 아버지 남궁렬(87)씨를 만난 봉자(64·여)씨도 이번 상봉을 위해 미국에 거주하는 아들과 딸을 불러들여 함께 금강산을 찾았다. 봉자씨는 “엄마가 돌아가실 때까지 아버지 많이 기다렸다. 매일 내 손을 잡고 오실 것 같다고, 아버지가 잘 생기고 엄마한테 잘해줬다고 들었다”며 흐느꼈다. 이에 아버지 남궁씨는 눈물을 흘리며 “진짜 (네 엄마는) 나한테 과분한 사람이었다.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꿈결에서라도 네 엄마를 한 번 만나길…”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봉자씨는 아들과 딸을 아버지에게 소개하며 “아버지가 살아계신다는 소식을 듣고 내 아들이 미국에서 직접 잠바하고 남방을 사왔다”고 말했다.

금강산=공동취재단, 모규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