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 “올림픽 더 나가고 싶어 귀화”… 안현수가 밝힌 러시아로 간 배경
입력 2014-02-24 01:31 수정 2014-02-24 03:56
“파벌은 있었지만 귀화의 직접적인 이유는 아니었다.”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29)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소치올림픽 쇼트트랙 3관왕을 차지한 뒤 22일(현지시간) 특별히 마련한 자리에서였다. 안현수의 귀화를 이끌어낸 알렉세이 크라프초프 러시아빙상연맹 회장도 함께 참석했다.
안현수는 러시아 귀화에 대해 “올림픽에 꼭 한번 다시 나가고 싶었기에 저를 위한 선택을 했다”면서 “저를 인정하고 믿어줬기 때문에 러시아를 선택했고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저 때문에 한국에서 시끄러워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귀화와 관련해 수많은 추측기사가 난무했지만 안현수는 대회 기간 중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 “나와 관련된 일 가운데 상당부분 부풀려진 것이 많다”며 대회가 끝난 뒤 소상히 밝히겠다고 했다. 그 사이 온갖 의혹이 난무했다. 특히 귀화 이유가 대한빙상연맹의 파벌다툼과 부조리 탓으로 비치면서 아버지 안기원씨가 지목한 인사에 대한 ‘마녀사냥’이 전 언론을 도배하다시피 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정치인까지 나서 빙상계 성토에 가세했다.
안현수는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내 빙상계에) 파벌이 있긴 하지만 그것 때문에 한국을 등진 것은 아니었다”면서 “러시아에 온 것은 정말 좋아하는 운동을 하고 싶었고 믿어주는 곳에서 마음 편히 운동하고 싶어서였다”고 강조했다.
안현수는 논란이 된 2009년 국가대표 선발전에 대해 “2008년 무릎 부상 여파로 4번 수술을 받았고 선발전 이전에 한 달밖에 운동을 못했다”면서 “특혜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고, 시간이 부족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08년 좋은 대우를 받고 성남시청에 입단했는데 한 달 뒤에 다쳤다. 노력을 많이 했는데 팀이 해체됐다”면서 “저를 원하는 다른 팀이 없었고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기에 마음이 아팠다”고 귀화 배경을 설명했다.
크라프초프 러시아빙상연맹 회장도 “안현수 측에서 러시아 선수들과 함께 활동할 수 있는지를 물어 와서 초대했고 결국 귀화까지 이어졌다”고 해명했다.
안현수는 그 과정에 오해가 있었다고 했다. 자신이 아닌 아버지의 입을 통해 잘못 알려진 부분이 있었다는 것이다. 안현수는 “아버지가 너무 많은 인터뷰를 했고 그런 부분에 대해 의견 충돌이 있었다”면서 “얘기하지 않은 부분이 부풀려졌다”고 말했다. 이어 “제 성적이 한국 선수들과 맞물려 보도되는 게 소치올림픽 내내 힘들었다”면서 “4년 동안 준비한 후배들이 무슨 죄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여자친구로 알려진 우나리씨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혼인신고를 했고, 결혼식만 안 올린 부부 관계”라고 밝혔다.
안현수는 역대 동계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두 대회 3관왕에 올랐다. 그는 쇼트트랙 1000m와 500m, 5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2006년 토리노올림픽에서도 3관왕에 이어 소치대회에서도 금메달 3개와 동메달 1개 등 메달 4개를 휩쓸었다. 이로써 개인통산 금메달 6개, 동메달 2개로 왕멍의 올림픽 쇼트트랙 최고 성적(금4·은1·동1)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안현수가 쇼트트랙의 역사를 다시 썼다”고 평가했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