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오늘의 스타] 남자 팀추월 은메달 이승훈 주형준 김철민

입력 2014-02-24 01:35

“셋이 메달… 3배로 기뻐요”

“함께라면 두려울 게 없었다.”

이승훈(26·대한항공), 주형준(23·한국체대), 김철민(22·한국체대)이 함께 달린 한국 남자 팀추월 대표팀이 소치올림픽에서 빙속 단체종목 사상 첫 은메달을 획득했다. 개인전에서는 한 종목도 시상대에 서지 못했지만 ‘팀워크’로 하나 된 그들은 강했다.

이승훈은 “밴쿠버 이후 4년 동안 어려운 시간을 보냈고, 이번 대회서도 너무 힘들었다”면서 “마지막 경기에서 후배들과 함께 셋이 메달을 목에 걸어 3배로 기쁘다”고 활짝 웃었다. “개개인의 역량은 떨어지지만 신기하게 함께 달리면 시너지가 생긴다”는 그의 말처럼 한국팀은 선전을 거듭했다. 러시아(세계랭킹 9위)와 지난 밴쿠버올림픽 우승팀 캐나다(세계랭킹 6위)를 연달아 꺾고 결승에 오른 한국은 ‘세계 최강’ 네덜란드와도 대등한 접전을 펼쳤다.

팀 추월이 새로운 전략 종목으로 자리한 배경에는 전력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대들보’ 이승훈이 있었다. 8바퀴를 도는 팀추월에서 이승훈은 가장 마지막 주자로 출발해 3바퀴째부터 선두로 나서 전체 레이스의 절반인 4바퀴를 앞에서 이끌었다. 팀추월은 가장 앞선 선수가 공기의 저항을 고스란히 받기 때문에 계속 주자를 바꾸며 체력 부담을 나눠 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승훈은 가장 체력 부담이 많은 앞자리에서 경기의 절반을 버텨 냈다.

이승훈은 “개인전 1만m보다 5000m에서 기대를 많이 걸었는데 기록이 너무 저조해서 그 충격을 극복하는 게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개인전은 망쳤지만 팀추월만큼은 잘하고 싶었다”며 “내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후배들 분위기도 안 좋아질 테니 흔들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주형준도 “승훈이 형이 5000m 경기 이후 힘든 내색도 않고 저희를 잘 이끌어 줬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나 이승훈은 오히려 “후배들 덕분에 메달을 받았다”고 공을 돌렸다. 그는 “지금 한국 팀추월에서 네덜란드나 유럽의 강팀과 속도를 맞춰 탈 수 있는 선수는 형준이와 철민이뿐”이라며 “두 선수가 있었기에 저도 자신 있게 리드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후배들도 맏형의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화답했다. 주형준은 “개인 기량이 좋아야 팀추월에서도 시너지 효과가 나는 만큼 철민이와 제가 많이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막내 김철민도 “올림픽에서 부족한 점을 많이 알았다”면서 “평창올림픽 전까지 개인 실력을 늘려 팀에 더 보탬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모두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이들은 완벽한 호흡과 일사불란한 레이스를 자랑한다. ‘장거리 최강자’ 스벤 크라머(28)를 포함해 전원이 개인전 메달리스트인 네덜란드의 벽에 가로막혔지만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이승훈은 “나와 후배들 모두 개인 기량이 조금씩만 더 좋아진다면 더 강한 팀이 될 것”이라고 자신하며 4년 뒤 평창에서의 선전을 기약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