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LG생활건강 ‘얄미운 짓’
입력 2014-02-24 01:34
원재료 가격 인상으로 코카콜라 값을 올렸다는 LG생활건강이 지난해 콜라의 핵심 재료 중 하나인 설탕을 무관세 또는 낮은 수준의 할당관세로 들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일보가 23일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보면 LG생건은 지난해 상반기에 설탕 3만5733t을 무관세로 들여왔다. 또 하반기엔 5% 관세만 붙은 설탕 2만2730t을 구입했다. aT에 배정된 설탕의 할당관세 물량은 상반기 8만9000t, 하반기 5만t이었다. 중소기업에 우선 배정하고도 남은 할당관세 물량이 일부 대기업에 배정된 것이다.
LG생건은 aT로부터 싼값에 구입한 설탕을 코카콜라 등 음료 제품을 제조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LG생건의 자회사 코카콜라음료주식회사는 2007년 코카콜라 본사와 보틀링 계약을 맺고 국내에서 코카콜라 제품을 제조·판매하고 있다. 코카콜라 지사개념인 코카콜라유한회사는 기업과 브랜드 마케팅만 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 평균 수입 설탕 가격은 관세를 적용하지 않을 경우 1t당 595.9달러였다. 30% 관세를 적용하면 774.7달러다.
할당관세는 수입품의 일정 할당량에 대한 관세를 한시적으로 낮춰주는 제도다. 정부는 농수축산물 원료와 공산품 원자재의 수급 안정과 소비자 물가 안정을 이유로 설탕에 대해 2010년 8월부터 매년 6개월 기한으로 한정된 물량에 한해 관세가 없거나 낮은 관세를 적용해 왔다. 할당관세를 받지 않는 수입산 설탕은 30%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제당업계에선 무관세 적용을 받은 수입 설탕 가격이 국내 제조업체들이 판매하는 설탕에 비해 20%가량 저렴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처럼 LG생건이 코카콜라 생산에 필요한 5만여t의 설탕을 할당관세 혜택을 받아 싼값에 구입하고도 원재료 값 인상을 앞세워 가격을 올린 데 대해 업계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음료 업체들에 따르면 탄산음료를 만드는 데 필요한 설탕의 비중은 원재료 값 중 5분의 1이나 될 정도로 높은 편이다.
하지만 LG생건은 지난해 12월 코카콜라의 1.5ℓ 가격을 출고가 기준 6.5%, 스프라이트 250㎖ 캔은 6.1% 인상했다. 이 가격은 지난달 1일부터 적용되고 있다. 할당관세를 적용한 설탕보다 비싼 국산 설탕을 사용한 롯데칠성과 동일한 인상률이었다. 롯데칠성은 칠성사이다, 펩시콜라 등 14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6.5% 올렸다.
최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서 내놓은 자료를 봐도 코카콜라는 가격이 19.5% 오르는 동안 원재료가격은 오히려 4.9% 떨어졌다. 그러나 LG생건 관계자는 “원재료가는 대외비라 밝힐 수 없다”면서 “그러나 코카콜라 전체 가격 중 설탕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LG생건의 가격 정책에 대해 할당관세 업무를 관장하고 있는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도 불쾌해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코카콜라의 경우 다른 음료들에 비해 인상 주기가 짧고 원재료의 인상 요인도 없음에도 가격 인상 요인으로 원재료 값을 내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