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특수통 김진태 총장 ‘고구마권법’ 성토에… 특수부 검사들은 고민 중
입력 2014-02-24 01:34 수정 2014-02-24 03:37
“고구마 권법식 특별수사는 지양하라.”
김진태 검찰총장은 취임 초부터 “환부만 도려내는 외과수술식의 절제된 수사를 하자”고 당부할 때마다 ‘고구마 권법’을 언급해 왔다. 줄기를 잡아당기면 열매가 줄줄이 달려 나오는 고구마 수확의 특성을 특별수사에 비유한 것이다. 먹을 만큼 큰 고구마들만 수확하고 작은 고구마들은 놔둬야 한다는 논리인데, 범죄로 치면 기소하기에 충분히 여문 혐의들만 수사하라는 지침인 셈이다. 검찰은 그동안 기업비리 등에 대해 ‘먼지떨이식 수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된 정치인 사건 등에서 최근 잇따라 무죄 판결이 나오면서 비판의 목소리는 더 커졌다.
김 총장의 주문에 전국의 특수부 검사들은 고민에 빠져 있다. 범죄첩보를 통한 추론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아가는 특별수사의 특성 때문이다. 예를 들어 A기업의 대표가 10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첩보가 들어오면, 이 비자금이 사업을 따내기 위한 로비 등에 사용됐을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검찰은 큰 그림을 토대로 기업을 압수수색하고,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하면서 비자금 단서를 추적해 들어가게 된다. 정치인 뇌물 사건 등이 이런 수사기법을 통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특별수사의 ‘ABC’이지만, 전형적인 고구마 권법이라는 비판도 가능한 대목이다. 특별수사와 고구마 권법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특수통으로 분류되는 한 검사는 “수사를 하다보면 은폐돼 있던 새로운 범죄혐의가 잇따라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며 “어디까지를 도려내야 할 환부로 봐야 하는 건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줄기 끝에 더 큰 범죄가 숨겨져 있을 수 있는데, 당장 눈에 들어오는 범죄만 처벌하고 수사를 덮기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특별수사를 담당하는 전국의 차장·부장 검사들은 지난 15~16일 이틀간 워크숍을 열어 특별수사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저인망식 수사를 지양하자’거나 ‘무리한 압수수색은 자제하자’는 의견들이 나왔지만, 이를 현실에 어떻게 접목시킬지에 대한 뾰족한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