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위조 의혹’ 국정원 소속 영사가 핵심 고리

입력 2014-02-24 01:34

중국 선양(瀋陽) 주재 한국총영사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모 영사가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위조 의혹의 핵심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국가정보원 소속인 이 영사는 주한 중국 대사관이 위조됐다고 지목한 3건의 서류 중 최소 2건의 서류 작업에 직접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원은 피의자 유우성(34)씨의 중국-북한 출·입경기록을 3차례나 검찰에 제출했다. 첫 번째 서류는 내사 단계 때, 두 번째 서류는 항소심 공판 직전인 지난해 9월 말 검찰에 인계했다고 한다. 지난해 9월은 검찰이 선양 주재 한국영사관을 통해 중국 지린성(吉林省) 공안청에 ‘출·입경기록 발급 협조 공문’을 보냈다가 공식 거부 회신을 받았을 때였다. 국정원은 지난해 10월 중순 세 번째로 “허룽(和龍)시 공안국이 발급한 서류”라며 허룽시 공안국과 공증처 관인이 찍힌 ‘문제’의 출·입경기록을 검찰에 제출했다.

하지만 3개의 출·입경기록은 북한-중국 입·출경 내용 면에서 모두 달랐다. 특히 지난해 9월 서류는 유씨가 법원에 제출한 서류와 내용상 동일한 반면 10월 서류는 중국에서 북한으로 출국한 기록이 반대로 기재돼 있었다.

검찰도 이를 의심해 세 번째 출·입경기록을 넘겨받은 직후인 지난해 10월 24일 국정원이 아닌 선양 주재 한국영사관에 ‘출·입경기록 발급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당시는 검찰이 출·입경기록을 법원에 증거로 제출하기 전이어서 조작 의혹이 제기되지 않았을 때였다. 결국 검찰도 애초부터 국정원이 건넨 출·입경기록에 상당한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는 방증인 셈이다.

이때 검찰이 보낸 발급사실 확인 요청 공문을 처리한 인물이 이 영사다. 이 영사는 검찰이 보낸 공문을 선양 주재 한국영사관에서 직접 수신했고 관련 업무를 처리한 뒤 다시 검찰에 “허룽시로부터 발급사실 확인서를 받았다”고 회신했다. 조백상 선양 총영사도 지난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허룽시 공안국으로부터 발급사실 확인서를 수신한 인물이 이 영사이며 문서 수발대장에도 기록됐다”고 했다.

이 영사는 또 ‘유씨 측이 받은 정황설명서가 거짓’이라는 내용의 ‘싼허(三合) 변방검사참(출입국관리소) 회신 문서’를 번역한 뒤 영사확인서에 직인을 찍어 공증한 인물이다. 이 영사는 국정원에서 근무하다 1심 판결 직전인 지난해 8월 17일 외교부에 입부한 뒤 현재까지 선양 주재 한국대사관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중국에 있는 이 영사 소환조사와 관련 “필요하다면 소환해야 할 것이지만, 여러 상황에 따라 달리 대응하겠다”고만 밝히고 있다. 검찰이 국정원 직원 신분인 이 영사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국정원장의 협조를 받아야 한다.

한편 검찰 진상조사팀(팀장 노정환 외사부장)은 전날 오전 10시 조 총영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13시간가량 조사했다. 검찰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답변 내용과 위조 증거 관련 선양 주재 한국영사관 업무 처리 경위 등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