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연중기획 착한교회] (2) 하남 올네이션처치
입력 2014-02-24 01:34
“다문화·이주민 사역 통해 그리스도 사랑 전해요”
지난 19일 오전 11시 경기도 하남시 신장로 계명빌딩 7층.
올네이션처치(김찬호 목사) 입구에 들어서자 한국어 수업의 뜨거운 열기가 전해졌다. “기역 니은 디귿 리을 미음….” 16명의 다문화 이주민 여성들이 1주일 전 개강한 한국어 기초반 강의실을 가득 메운 채 강사의 손짓을 따라 글자와 발음 익히기에 여념이 없었다. 강의실 밖 한쪽에서는 한국인과 결혼한 일본인 여성 마사코(33)씨가 자원봉사자인 유상미(57·서울 온누리교회) 권사로부터 1대 1 개인교습을 받고 있었다. “한국어가 너무 어렵다”는 마사코씨는 7개월째 개인 교습을 받고 있다.
올네이션처치의 첫인상은 이주민들의 사랑방 같았다. 베트남 태국 몽골 중국 일본 등 10여개국 출신의 이주민들, 특히 한국인 남편을 둔 다문화 여성들은 이곳에서 한국의 말과 문화를 익히고, 여러 나라에서 온 비슷한 처지의 여성들과 소통하며 정을 나누고 있다.
김찬호 목사는 “3월에 정식 개강을 하면 하루에 많게는 200명까지도 공부하러 온다”면서 “다문화 이주민 사역을 통해 한국을 알리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할 수 있어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올네이션처치의 다문화·이주민 사역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회를 개척한 직후인 2006년 7월, 김 목사는 30대 중반의 몽골 남성을 우연히 길에서 만나 전도했다. 새 신자 한 명이 보배처럼 여겨질 때였다. 몽골 남성은 그 다음 주 아내와 자녀들까지 데리고 교회를 찾았다. 김 목사는 그의 공장 쉼터를 직접 찾아가 성경공부를 시작했다. 틈틈이 신앙·법률·취업 상담까지 했던 김 목사는 “임금이 체불된 외국인 노동자와 함께 밀린 임금을 받아주려고 업체 담당자를 찾아가면 눈앞에서 주먹이 왔다 갔다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면서 “그런 일들이 외국인 노동자들 사이에 회자되면서 이주민 노동자들이 교회에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상가의 교회 예배당을 두세 차례 옮기면서도 다문화·이주민 사역은 계속됐다.
다문화 여성, 특히 결혼이주민을 위한 사역은 2008년 ‘㈔국제외국인센터’를 설립하면서 본격화됐다. 지난해에는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30번째로 설립된 ‘하남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위탁받아 운영하면서 사역의 폭이 더 넓어졌다. 센터에서는 결혼이민여성의 한국어 교육뿐만 아니라 가족 및 자녀교육, 상담, 통·번역 등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어 및 각종 프로그램 참가자는 평일 기준으로 100∼200명 선. 매년 3월부터 12월까지 연인원 2000여명이 센터를 드나든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7회째 개최한 ‘다문화 페스티벌’에는 매회 1500명 정도가 참여했다. 센터는 결혼이민자 부부학교 및 친정방문, 국내 여행, 체육대회 등도 이어오고 있다. 풀뿌리 지역 개척교회로서 빈손으로 출발했지만 열매는 값지다.
한국에 온 지 8년차에 접어든 30대 중반의 이수분(중국·여)씨는 “어리숙했던 제가 지금은 억척 아줌마로 살아가고 있는 것도 센터의 도움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면서 “한국생활을 잘하는 것으로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전했다.
주일에는 교회 이름처럼 ‘올네이션(열방)’에서 온 외국인노동자 및 다문화가정 여성들이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리고 있다. 김 목사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이주민 노동자와 결혼이민자 여성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것 자체가 선교나 다름없다”면서 “이들을 향한 섬김이 곧 지역 사회와 지역 교회를 살리고 건강하게 만드는 밑거름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하남=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