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中스타들 천송이 따라하기·‘치맥’ 광풍…‘별 그대’ 대륙 홀리다
입력 2014-02-23 19:58 수정 2014-02-24 02:47
[친절한 쿡기자] 배우 전지현(33) 앞에선 조류인플루엔자(AI)도 상관없었습니다.
홍콩 명보는 최근 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사진)의 주인공 천송이(전지현 분) 대사 덕분에 치킨 소비가 증가하면서 가금류 업계가 시장을 회복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 못지않게 중국도 AI 확산으로 양계농가의 피해가 커지고 있었죠. 하지만 천송이의 “눈 오는 날에는 치맥(치킨과 맥주의 줄임말)인데”라는 대사 한 마디는 중국 대도시에서 치맥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중국 항저우에 있는 일본 식당체인점에서는 밸런타인데이 기간에 생선회가 아닌 치맥 세트를 팔았습니다. 하루에만 수천 세트가 팔렸습니다. 상하이 한국식 치킨 가게에서 치킨을 사려면 3시간 이상 줄을 서야 하는 것이 기본이고, 후난성 창사에서는 한 여성이 여덟 끼 연속으로 치킨을 주문했다고 합니다.
중국 최대 모바일 메신저 ‘웨이신’(WeChat)에 치맥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배경화면이 눈 내리는 장면으로 바뀔 정도입니다.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중국 치킨 모델 초읽기’ ‘전지현을 치맥 홍보대사로’ 같은 반응이 나옵니다.
대사 한 마디에 치맥 광풍이 불고 있으니 중국에서 ‘별그대’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감이 오시죠? ‘별그대’는 매주 수·목 방송이 끝나고 2시간 남짓이면 중국어 자막까지 인터넷에 올라옵니다. 제작사가 인터넷 판권을 통해 다운로드로 공급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기다리기 힘든 중국 네티즌들이 ‘별그대’를 빠르게 볼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할 정도입니다. 이렇게 중국 동영상 사이트에서 지난 21일까지 기록한 조회수는 무려 6억뷰에 달합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판빙빙, 고원원 등 중국 여자 톱스타들은 자신의 SNS에 천송이 대사를 경쟁적으로 올렸고 천송이가 입은 명품 의상들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은 천송이가 바른 립스틱을 중국 화장품 시장을 공략하는 대표 상품으로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에선 천송이의 가방과 액세서리를 비슷하게 만들어주는 제작업체가 등장했습니다.
극중 도민준을 연기한 김수현(26)도 전지현 인기 못지않습니다. 중국 SNS 팔로워 수가 370만명을 넘어섰고 중국 팬클럽은 김수현 생일(2월 16일)을 맞아 약 6000만원을 들여 신문에 전면광고까지 냈습니다. CJ 뚜레쥬르 중국 매장들은 김수현을 광고모델로 내세운 덕에 매출이 작년보다 30% 늘었습니다.
당초 ‘별그대’는 국내 흥행은 어느 정도 예측됐지만 한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였습니다. 전지현은 전성기가 지났고 김수현도 한류스타와는 거리가 좀 있었죠. 하지만 특유의 로맨틱하고 흡인력 있는 스토리는 ‘별그대’를 ‘한국에서 온 그대, 한류’로 만들었습니다. 한류가 특별한 문화현상을 넘어 치킨처럼 편한 친구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갔으면 합니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