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세에 첫 주연, 시청률 48% 찍었죠”… 종영한 ‘왕가네 식구들’ 일등공신 조성하
입력 2014-02-24 01:40
최고 시청률 48.3%(전국기준, 닐슨코리아)를 기록하며 지난 16일 종영한 KBS 2TV 주말극 ‘왕가네 식구들’(이하 ‘왕가네’). 이 드라마의 일등공신을 꼽자면, 단연코 고민중 역을 맡았던 조성하(48)다. 극 초반 잘나가는 페인트 회사 사장이었던 그는 부도를 맞고 택배기사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해가는 굴곡진 삶을 연기했다. 중반부턴 바람을 피운 아내(오현경 분)와 다시 만난 첫사랑(김희정 분) 사이에서 고민하는 멜로연기가 더해졌다. 멍이 들 정도로 가슴을 치며 울었던 장면, 그가 한강변에서 열창했던 고(故) 김광석의 ‘먼지가 되어’는 이 드라마에서 손꼽히는 명장면이 됐다.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성하는 “‘왕가네’는 요즘 중년층을 새롭게 발견해내고 그린 작품”이라며 “대본 4부까지를 너무 재밌게 읽어 무슨 역할이든 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대본과 연출, 스태프들의 의지를 피력해줄 수 있는 배우들이 만나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난 것 같다”며 “100여명의 제작진 모두가 한 마음이었다”고 인기 비결을 털어놨다.
실제로 ‘왕가네’ 출연 배우 23명은 지난주 마카오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그는 “매니저도 없이 직접 캐리어 끌어가며 다녀온 여행”이라며 “같이 공연도 보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면서 진짜 가족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연극반으로 연기활동을 시작했지만 그가 브라운관에 처음 얼굴을 내민 건 2005년이다. 대학(서울예대) 졸업 후 10년 넘게 대학로 연극 무대에만 서왔던 그는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통해 단역과 조연부터 한 계단 한 계단 늦은 걸음을 내딛어 왔다. 배경에는 내조의 힘이 컸다.
그는 “다른 분들보다 기회가 늦게 온 것 같다”며 “서른셋, 연기를 포기하려 했을 때 성공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 달라는 아내의 말을 듣고 마음을 가다듬게 됐다. 가족을 위한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결국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됐다”고 털어놨다.
연기 인생 중 이번 작품을 통해 가장 큰 성장을 한 것 같다는 조성하. 그는 인터뷰 중 ‘성장’ ‘목마름’이란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 그는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며 “개인적으로는 멜로 연기에 대한 가능성을 봤기 때문에 밀도 있는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왕가네’의 마지막 장면은 30년 후를 담아 화제가 됐다. 조성하는 30년 후를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
“마지막 장면, 백발 분장을 해놓으니까 30년 후 이 분들을 꼭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30년 후에도 저는 똑같이 연기하고 있을 것 같아요. 바람이 있다면 이번에 함께 출연한 장용(69), 나문희(73) 선생님처럼 존경받는 선배가 되고 싶다는 거예요.”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