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회를 위하여-학교 떠난 아이들을 품자] “자율 속에 행복 느껴… 행복 없는 교육은 교육 아니다”

입력 2014-02-24 01:39


샌즈스쿨 설립자 숀 벨라미 교장

샌즈스쿨 설립자인 숀 벨라미 교장(사진)은 영국의 명문대학을 나온 전형적인 엘리트였다. 강도 높은 입시교육이 이뤄지는 영국의 그래머스쿨(문법학교)을 거쳐 케임브리지대학을 졸업했다. 박봉의 대안학교 교사를 거친 그는 뜻을 같이하는 교사들과 힘을 모아 원하는 학교를 세울 수 있었다. 벨라미 교장은 자신의 ‘진짜 삶’이 샌즈스쿨을 만든 뒤 시작됐다고 했다. ‘자율’에 대한 그의 신념은 확고했다. 그는 “학생은 자율 속에서 행복을 느낀다. 행복 없는 교육은 교육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인터뷰는 수업시간에도 학생들이 수시로 들락거리는 교장실에서 1시간 동안 진행됐다.

-경험 없는 학생들은 자신의 결정을 후회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한 번의 잘못된 선택이 인생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아이들은 실수를 저지른다. 그러면서도 위험한 길을 가려고 한다. 성인과 다른 점이다. 아이들을 지켜보며 조금씩 굳어지고 있는 결론은 위험하다고 어른들의 틀에 가둬버리면 유능한 성인으로 성장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틀에 가둬 놓고 강압적 분위기에서 만들어진 성과는 아이들의 고통과 공포를 수반한다. 그건 아이의 것이 아니다. 아무리 아이를 사랑하더라도 언젠가는 사회로 내보내야 한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합리적으로 판단해 선택하는 능력이다. 몸으로 체득해야 하는데 자율성이 없으면 그런 능력을 기르기는 어렵다. 지식으로만 머리를 채워서 내보내는 것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몰입이 중요한 이유는?

“몰입하면서 아이들은 자신을 발견하는 쾌감을 맛본다. 몰입하는 학생 옆에 있으면 행복한 에너지가 전신에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내가 내 길을 가고 있다’는 안정감도 찾는 듯하다. 아이가 자신의 길을 찾고 행복해한다면 교육에서 더 이상 필요한 것이 뭐가 있는가. 물론 얼핏 생각하면 위험한 일일 수 있다. 학창시절 배워야 하는 기본적인 지식을 놓치고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우려 말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지식을 원한다. 호기심이 있고 이를 충족시키고 싶어 한다. 어른들 강요가 아니라면 공부를 그렇게 싫어하지도 않는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짠 교육 프로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수학, 과학, 지리, 문학 등 딱딱한 과목의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 드라마나 연극, 음악 같은 과목만 잔뜩 집어넣지도 않았다.”

-학생들에게 교직원 인사, 학교 예결산 등 학교 운영과 관련된 사항까지 맡긴다. 시행착오는 없었나.

“물론 전문적인 학교운영은 경험 없는 학생들이 담당하기 어렵다. 교직원들은 학교 운영을 위해 결정해야 할 사안이 뭔지 투명하게 공개한다. 또한 예상되는 결과를 설명하고 올바른 결정을 내리도록 도와준다. 학생들이 규칙을 만들어 지키고, 교사들이 스스로 권위를 내려놓고 아이들을 인격체로 대하는 조화는 짧은 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학생도 교사도 완벽한 존재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학교가 학생에 맞춰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이다. 느리고 번거롭지만 올바른 방향이라는 믿음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일이다.

애슈버턴(영국)=이도경 기자

특별취재팀=이영미 정승훈 차장, 이도경 김수현 정부경 황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