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파일] 난청과 보청기
입력 2014-02-24 01:38
보청기를 착용했다가 금방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보청기 이용자의 60∼85%가 2∼3개월 내 보청기 착용을 포기하고 만다는 대한청각학회의 조사결과가 이를 대변한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무엇보다 안경과 달리 보청기는 착용과 동시에 난청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보청기는 제조회사마다 종류별, 가격대별로 다양한 상품이 있다. 일반인은 그 중에서 어떤 제품이 자기한테 알맞고 좋은지 알기 힘들다.
따라서 환자의 귀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상담해줄 수 있는 난청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난청이 생기는 원인은 미로와 같은 내이의 구조처럼 복잡하다.
보청기 제작 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 과거에는 난청의 정도에 따라 보청기 크기를 조절할 수 없는 등 보청기 선택에 한계가 있었으나, 최근에는 누구든 원하는 모양과 크기대로 보청기를 맞출 수 있게 됐다.
다시 강조하지만, 보청기는 구입과 동시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먼저 세밀한 청력검사를 통해 소리가 전달되는 길(과정) 중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어떤 소리가 어떻게 들리고 있는지 등 사람마다 다른 난청의 특성을 파악하고 거기에 딱 맞는 처방을 찾아야 한다. 또 상당기간 그 보청기에 적응하는 청각재활훈련을 거쳐야 비로소 ‘자기 것’이 된다. 구입 및 착용과 동시에 시력이 즉각 개선되는 안경과 다른 점이다.
보청기에 좀 더 빨리, 쉽게 적응하기 위해선 사용자의 생활환경도 고려해야 한다. 환경에 따라 꼭 필요한 기능을 갖춘 보청기를 골라야 한다는 말이다.
가령 소음이 많은 환경에서 주로 생활하는 사람은 넓은 공간에서 생기는 울림(반향음)효과 때문에 대화에 어려움을 겪기 쉽다. 이때는 소음억제 및 어음강조 기능, 반향음 제거 기능을 탑재한 제품이 좋다.
반면 소리가 울리지 않는 곳이나 생활소음 정도만 있는 환경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말소리 알아듣기에 초점을 맞춘 보청기가 알맞다. 물론 집에서 TV소리를 좀더 선명하게 듣고 조용한 환경에서 일대일 대화를 잘 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능의 보청기만으로도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
노인성 난청의 경우 한 귀는 비교적 잘 들리는데 다른 쪽 귀는 잘 안 들리기도 한다. 노화에 의한 청력 상실 정도가 각각 다른 까닭이다. 이 때도 한 쪽 귀만 보청기를 사용하기보다 양쪽 다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 쪽 귀만 착용하는 일측 보청기의 소리 증폭 기능만으론 청력개선효과가 떨어지고 소리의 방향을 감지하는데도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보청기를 잘 쓰려면 사후관리도 잘 해야 한다. 보청기를 착용했는데도 소리가 잘 안 들릴 때는 함부로 조작하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 또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난청클리닉을 방문, 청력검사를 받고 보청기 상태도 체크하는 것이 좋다.
김성근(김성근이비인후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