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만 불어도 주루룩∼ ‘눈물흘림증’ 정확한 원인부터 찾아라
입력 2014-02-24 01:34
이모(55) 씨는 요즘 외출하기가 두렵다. 자기도 모르게 자꾸 눈물이 나서다. 속사정을 모르는 친구들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이 많기에 그렇게 자주 우느냐고 놀려댈 정도다.
사실 이씨를 눈물로 괴롭히는 병은 속칭 ‘눈물흘림증’으로 불리는 유루증(乳漏症)이다. 안구가 매끄럽게 움직일 수 있게 표면을 적셔놓는 역할을 하는 눈물이 코를 통해 자연스럽게 빠져 나가지 못하고 눈 밖으로 흘러넘치는 병이다. 찬 바람이 많이 불고 미세 먼지 등 외부 자극이 증가할 때 심해진다.
주 증상은 이씨처럼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눈물이 수시로 너무 많이 흘러나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늘 시야가 뿌옇고 눈곱이 많이 생기거나 심지어 눈 주위가 짓무르는 고통을 겪기도 한다. 증상은 유독 찬 바람을 몰고 오는 꽃샘추위와 중국 발 황사가 물러가는 4월 하순까지 계속된다.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장재우 교수는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하다가는 눈물소관염(누관염)이나 눈물주머니염(누낭염), 눈물길의 영구적 폐쇄(누도폐쇄증) 등과 같은 심각한 눈 합병증을 유발하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23일 경고했다.
이유 없이 눈물이 흐르는 증상이 반복될 경우 방치하지 말고 바로 안과를 방문, 정확한 원인을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는 지적이다.
병적인 눈물흘림증은 대개 노화로 인해 눈물길이 좁아지거나(누도협착증) 막혀서(누도폐쇄증) 발생하고 환자들도 40대 이상 중·장년층이 대부분이다.
최근 들어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스마트폰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만약 30대 이하 젊은이에게 눈물흘림증이 나타났다면 노화에 의한 눈물길의 기능저하가 아니라 눈을 혹사한 게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장 교수는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해 안구 표면의 눈물막이 불안정해지면서 반사작용으로 눈물이 과도하게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찬바람을 쐬면 눈이 시리거나 쓰린 현상이 더 심해지게 된다.
따라서 눈물흘림증을 극복하기 위해선 정확한 원인규명이 필수적이다. 먼저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이 문제라면 눈을 혹사하지 않도록 자제하고, 찬 바람과 미세먼지 등 외부자극이 문제라면 그런 환경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누도협착증이나 누도폐쇄증이 원인일 때는 눈물길을 열어주는 수술이 필요하다. 누도는 단순 노화 현상 외에 외상 등에 의해 눈물을 담는 그릇 역할을 하는 눈꺼풀 기능에 문제가 있거나 안면신경마비 후유증으로 좁아지고 막힐 수도 있다. 또 눈과 코를 연결하는 누관(淚管)이 교통사고 등 외상이나 콧병, 코 수술 등에 의해 손상되기도 한다.
막힌 눈물길을 뚫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좁아지거나 막힌 누관에 튜브를 삽입해 그 틈으로 눈물이 자연스럽게 배출될 수 있도록 교정하는 방법, 내시경으로 눈물주머니와 코를 직접 연결해 새 길을 만들어주는 방법 등이 있다. 눈물소관에 문제가 있을 때는 결막에서부터 콧속까지 인공 눈물관으로 연결해주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잦은 눈물흘림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장시간 사용하는 등 눈을 혹사하지 말아야 한다. 눈 주변을 청결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깨끗하지 못한 손으로 눈을 만지지 않도록 한다.
실내습도는 60% 정도를 유지하도록 하고 하루 3회 이상은 환기를 시켜주는 것이 좋다. 장 교수는 “특히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고 부득이 외출을 해야 할 경우에도 선글라스 등 보안경을 착용해 눈을 보호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