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날이 갈수록 고착화되는 교육 대물림 구조
입력 2014-02-24 01:35
대입전형에 소외계층 할당비율 높이고 공교육 혁신해야
우리나라에서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씀씀이 차이가 가장 큰 분야는 교육이다.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 5분위(상위 20%) 가구가 교육비로 지출한 금액은 월평균 50만4300원으로 소득 1분위(하위20%) 가구 7만6600원의 6.58배에 달했다. 소득 불평등과 가장 밀접한 연관관계를 가지면서 상호작용하는 것이 교육격차다. 교육격차는 소득 불균등의 영향을 받지만, 다시 미래의 소득 불균등을 확대시키는 악순환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악순환의 가장 큰 폐해는 계층이동의 길을 막아 사회 구성원 대다수의 희망을 앗아간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가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 계층의 고착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어느 정도 피할 수 없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저소득층이 중산층이나 고소득층으로 이동한 비율인 빈곤탈출률은 2000년 48.9%에서 2012년 23.45%로 뚝 떨어졌다. 부유층 가구가 사교육비를 들여서라도 부를 대물림하려는 성향을 막을 수 없다면 정부는 공교육을 강화해 교육기회라는 운동장을 최대한 평평하게 만드는데 공을 들여야 한다. 즉 한정된 교육예산이나마 공립 중·고교의 교육 수준을 높이는데 집중 투자하고, 대학교 입학전형에 계층간·지역간 형평성을 좀 더 반영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교육 당국은 지금까지 계층간의 실질적 기회균등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했고, 심지어 이와 상반되는 방향의 정책을 펴기도 했다. 중등교육에서 외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국공립 비중은 높아지지 않았다. 교육의 특성화나 질 향상을 위한다면서 특목고나 자율형 사립고를 늘리는 방식으로 사립학교법인에 의존함으로써 오히려 공립학교의 교육 성취도 수준을 낮춰버렸다. 과외수업을 받을 수 없는 저소득계층에게 불리해진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2012년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9개 대학 및 의대 진학률은 가구소득 최상위인 10분위가 13.8%, 최하위인 1분위가 0.8%였다.
대학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 적어도 국립대에 대해서는 지역 및 계층별 균형선발제도를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 사립대들도 수시전형 확대 및 논술시험 등 현행 전형 방식이 특정 계층에 친화적이 아닌지 철저히 반성하고 이를 단순화, 투명화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1961년부터 적극적 우대정책에 따라 고용과 교육에서 소수계층(자)에게 가산점을 줘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비리그 대학 입학사정관들이 부유층 자녀를 편향적으로 더 많이 선발해 왔음이 2000년대 초 밝혀지기도 했다.
계층간 교육격차가 확대되고 사회적·경제적 이동성이 약화되면 장기적으로 사회의 복지비용을 증대시키고 다양한 인재배출과 인력양성체계의 효율성도 꾀하기 어렵다. 교육부는 방과 후 교실 등을 통해 일반고의 교육의 질을 높이고, 교장을 포함한 교원 및 학교평가제를 내실화해 사교육 과열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 또한 수능 성적 공개를 세분화함으로써 성적 향상을 이뤄낸 각 시·군·구와 학교의 숨은 노력을 확인하고, 모범사례를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