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진 목사의 시편] 미움에서 벗어나는 길
입력 2014-02-24 01:38
역사상 ‘복수의 화신’이라고 불릴 만한 사람 중에 중국의 오자서(伍子胥)가 있다. 그는 춘추시대 초(楚)나라 사람이었는데, 아버지 오사(伍奢)와 형 오상(伍尙)이 초나라 평왕의 음모로 억울한 죽음을 당하자 복수를 굳게 다짐했다. 그는 각국을 전전하다 오(吳)나라의 합려(闔閭)를 만나게 되고, 손자병법(孫子兵法)의 저자인 손무(孫武)와 함께 초나라로 진격하여 마침내 수도를 함락한다. 오자서는 평왕에게 복수하고자 했지만 이미 그는 죽은 지 10년이 지났고, 그의 아들 소왕(昭王)도 멀리 도망간 뒤였다. 복수심에 불타는 오자서는 평왕의 무덤을 찾아서 시신을 꺼내 300번이나 채찍질했다. 이 끔찍한 이야기가 초나라의 충신 신포서(申包胥)에게 전해졌다, 그는 진(秦)나라로 달려가 대궐 앞뜰에서 이레 동안이나 통곡하면서 초나라를 도와줄 것을 간청했다. 이를 가상히 여긴 진나라 애공(哀公)이 전차 500대를 보내 오나라를 공격했고 결국 오자서는 눈물을 머금고 후퇴하고 말았다. 오자서의 불타는 복수심은 결국 자신의 패망을 초래하고 만 것이다.
이렇게 미움은 마음을 병들게 하고 스스로를 파괴시킨다. 미워할 오(惡)는 흉할 아(亞)자와 마음 심(心)이 결합된 문자로, 위에서 보면 등이 볼록 솟아오른 것처럼 보이는 중국의 고대무덤에서 유래한 말이다. 미움은 남을 증오하게 만들고, 자신도 남으로부터 증오 받게 만든다.
그렇다면 미움에서 벗어나는 길은 무엇일까. 바로 ‘용서’다.
과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벌어진 흑인차별정책(아파르트헤이트)으로부터 투쟁한 공로로 1984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성공회 대주교 데스먼드 투투는 1994년 만델라 정권 수립 이후 ‘진실과화해위원회’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위원회의 과제는 흑인차별 가해자의 용서와 사면이었다. 어떻게 자신의 가족을 살해한 자들을 처벌하지 않고 용서할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해 투투 대주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분노, 적개심, 복수심은 사회적 조화라는 최고선을 갉아먹는다. 용서는 그저 이타심만 발휘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에게 가장 큰 유익이 된다. 상대방을 비인간화하려는 것은 틀림없이 나도 비인간화한다. 용서함으로써 우리는 회복할 힘을 얻고, 사람들을 비인간화하려는 모든 것을 이겨내며 여전히 인간답게 살 수 있다.”
미움은 마음의 눈을 멀게 하고 자신을 흉측한 괴물로 만든다. 미움이 있는 곳에 용서와 사랑을 전하는 그리스도인이 돼야 한다.
봄이 오는 이 때, 성지순례 중 테러범에게 목숨을 잃은 슬픈 소식과 민족의 아픔으로 헤어진 가족들이 만난 기쁜 소식이 함께 들려온다. 소중한 가족의 생명을 앗아간 자들에 대한 미움과 소년이 노인이 되도록 60년간 가족을 만나지 못하게 한 자들에 대한 미움이 가슴 한편에서 솟구쳐 오른다. 그러나 미움에 빠져 자신을 잃지 않고 용서함으로 주님이 원하시는 봄의 향기 같은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다짐하자.
<거룩한빛광성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