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우선덕] 눈물

입력 2014-02-24 01:35


유년시절에 혼자 숨어 잘 울었다. 아이 수준의 분별력으로는 보이고 겪고 느끼는 세상사가 도통 이해되지 않아서였다. 어른들 세상은 물론이고 또래아이들 세상도 부조리하며 부당한 일투성이였다. 세상은 아이가 아는 정의로움과 너무 동떨어져 있었다. 아이는 그런 세상이 슬펐고, 슬프니 울었다. 눈물은 마음에서 시작되어 순식간에 두 눈시울로 밀려올라 오는 것이었다.

동쪽에 유난히 눈이 많이 온 이번 2월, 어른이 된 그 아이는 예전처럼 혼자 자주 울었다. 경주에서 리조트 체육관 붕괴로 사상자가 115명. 그중 열 명은 목숨을 잃었다. 대형 참사가 벌어질 때마다 생생한 정신으로 막막함과 아픔과 조여드는 공포에 떨며 오지 못할 길을 떠났을 어리고 젊은 영혼을 떠올리면 숨이 헉 막힌다. 리조트는 체육관 용도를 불법 변경해 안전점검을 피해 왔다고 한다. 역시 그랬다. 사업자가 부린 작은 욕심과 더러운 술수에 부모들은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것이다. 떠난 이를 돌아오게 할 수만 있다면, 희생자 부모형제의 애끊는 피울음을 무엇으로 닦아줄 수 있단 말인지. 그분들을 위로할 마땅한 말을 세상 언어에서는 찾지 못한다. 그분들의 눈물을 닦아드리듯 뺨과 눈가의 눈물을 훔쳐낼 뿐이다.

소치에서는 동계올림픽이 한창이었다. 고작 10대 20대인 우리나라 선수들의 분발에 거개 시청자 국민은 감동받았다. 명실공히 피겨의 여왕인 김연아 양의 완벽한 경기는 지켜보는 내내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연아양 자신을 향한 부단한 채찍질의 외롭고 힘든 시간과, 양 어깨에 지워진 엄청난 중압감을 이겨내고 아름답게 은퇴하는 모습이 진정 대견하며 존경스러웠다. 연아양을 바라지한 부모님과 관계자의 노고도 보는 이들은 기억했다. 그러곤 감동의 눈물을 닦기도 전에 청천벽력 같은 부당한 편파판정으로 감동의 눈물은 공분의 눈물로 바뀌었다. 연아양의 의연하고 속 깊은 인터뷰와 모녀가 기어이 보인 빛나는 눈물의 메시지에 감명 받아 다시 휴지를 꺼내기도 하였다.

하루에만도 수천수만 가지 사건과 눈물이 지구 곳곳에서 생성되고 소멸한다. 세상은 아이가 잘 울던 옛날에서 좋아지질 않았다. 불의와 속임수는 진화하고 진화하여 파렴치가 정의인 양 판치는 세상이 되었다. 눈물 없는 사람을 메마른 사람이라고 한다. 메마른 사람이 돼선 안 될 게다. 그러니 다만 아프거나 두렵거나 분한 눈물 흘릴 일은 없는 세상이기만 빈다, 눈물에게.

우선덕(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