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시작됐다. 정부와 야권이 휴전에 합의한 지 하루 만에 유혈사태가 재발한 수도 키예프에서는 하루에만 많게는 100명 정도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와 야권은 사태 해결을 위한 방안에 합의했지만 여전히 일촉즉발의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유혈사태에 책임이 있는 우크라이나인들의 자산을 동결하고 해외여행을 제한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엠마 보니노 외무장관은 시위대 무력 진압을 주도한 경찰 수장과 내무부·법무부 고위 관료 등을 주요 제재 대상으로 거론했다.
EU 28개국 외무장관들은 이날 브뤼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했다. 보니노 장관은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사태 해결을 위한 협상을 하려고 키예프에 간 프랑스·독일·폴란드 외무장관도 동의했다고 전했다.
앞서 정부 관료를 포함한 우크라이나인 20명에게 비자를 발급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미국은 자산 동결 조치도 준비 중이라고 미국 CNN방송이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를 두둔해 온 러시아마저 경제 원조 중단 카드를 꺼내들며 압박에 나섰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내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과 국가 이익을 수호하는 권력기관을 보호하는 데 총력을 집중해야 한다”며 “그럴 때에만 전면적 경제협력 관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CNN은 키예프 시내 의료진을 인용해 이날 하루 동안 시위 참가자 100명이 숨지고 500명 이상 다쳤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경찰들에게 총기 사용을 허가한 상태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우크라이나 국가 신용등급을 기존보다 한 단계 낮은 CCC로 강등하면서 “정국에 중대한 변화가 없으면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를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21일 새벽 공식 웹사이트에 EU 외무장관들이 중재한 야권과의 협상에서 사태 해결을 위한 합의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대국민 성명을 통해 조기 대선 실시, 대통령 권한 축소, 거국 내각 구성 등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과격 야권 세력이 이번 합의에 반발해 독자행동에 나설 경우 혼란 상황이 한동안 계속될 수도 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유혈사태 책임자 자산동결”… EU, 우크라이나 제재
입력 2014-02-22 03:26 수정 2014-02-22 15: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