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 김연아 “점수는 마음대로 안되는 것… 준비한 대로 보여줘 만족”
입력 2014-02-22 02:32
“(점수는)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 받아들여야죠.”
가장 억울해야 했을 김연아는 뜻밖에 의연했다. 자신의 점수가 발표되자 아주 짧은 순간 살짝 굳은 표정을 지었지만 곧바로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21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올림픽 은퇴경기를 펼친 김연아는 ‘피겨퀸’다운 우아함과 의연함을 끝까지 잃지 않았다. 비록 메달 색깔은 은색이었으나 실력과 매너 면에서 진정한 챔피언이었다. 러시아를 제외한 전 세계 언론은 그를 챔피언으로 꼽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
그는 “금메달은 중요하지 않았고 출전하는 데 의미가 있었다”며 “오히려 실수 없이 경기를 마친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경기력에 “100점 만점에 120점을 주고 싶다”고 담담히 심경을 피력했다. 실력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가장 가슴 아팠을 김연아의 이 같은 의연한 모습에 팬들은 가슴 아파하면서도 더욱 진한 감동을 받았다. 한 번의 점프 실수를 저지른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러시아)의 홈 텃세에 밀려 올림픽 2연패에 실패했음에도 김연아는 행복해 보였다. 지난 17년간 크고 작은 부상과 싸우면서 성취한 여왕의 자리. 은퇴 무대 마지막 순간 ‘피겨퀸’은 “만족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1등은 아니었지만 준비한 것을 보여 드릴 수 있어서 기분 좋고 또 감사하다”고 말했다.
밤을 새우며 응원했지만 못내 아쉬운 팬들은 4년 뒤 평창올림픽에서도 그를 다시 봤으면 하는 희망도 피력했다. 또 국제빙상연맹(ISU)에 재심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100만명 이상이 동참했다. 일각에서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제소하자는 주장을 제기했다. 피겨 여자 싱글의 메달은 심판이 판정했지만 이제 진정한 챔피언은 역사의 심판에 맡기게 됐다. “연아야, 고마워.” 여왕의 마지막 무대를 지켜본 팬들은 하루 종일 이 말을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로 올리며 아쉬움을 달랬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