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도 ‘공천 유지’로 가닥 잡나

입력 2014-02-22 02:32 수정 2014-02-22 16:22
민주당은 21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촉구하는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새누리당이 사실상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공약을 파기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을 직접 압박한 것이다. 오는 25일 박 대통령의 취임 1주년에 임박해 보낸 최후의 경고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민주당 단독으로 무공천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할 때 정당공천 폐지 철회 수순을 밟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도 공천 유지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다.

민주당 우원식 최고위원, 노웅래 사무총장, 백재현 의원 등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대통령을 향해 “약속한 대로 기초선거 정당공천을 과감히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내 기류는 이미 한풀 꺾였다. 여야 합의는 물 건너갔고, 기초공천 폐지 여부를 논의할 국회 정개특위 활동 시한도 이달 말까지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김한길 대표는 계속 고심 중이나 당내 의견 수렴 결과는 오히려 공천 유지가 우세한 상황이다. 지난해 전당원투표를 통해 과감히 정당공천 폐지를 당론으로 정했지만 번복해야 할 상황으로 가고 있는 셈이다. 한 최고위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전당원투표는 법을 개정하고 여야가 폐지를 합의한다는 게 전제였는데 상황이 바뀌었다”며 “우리만 무공천을 해서 당원 1만명을 탈당시키고 당을 해체할 순 없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답변을 기다린 뒤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 측 역시 현실론이 우세하다. 쉽게 결정이 안 나자 일단 박 대통령과 민주당 입장이 정해지는 것을 보고 공천 폐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무공천을 하면 가뜩이나 약한 신생 정당의 조직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며 “신당을 탈당하고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을 지원하면 내천이니 어쩌니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이 같은 민주당과 안 의원 측의 고민을 파고들어 방어논리를 펴고 있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야당 내부에서도 여러 가지 부작용 때문에 기초선거 정당공천을 유지하는 게 맞다는 의견이 다수라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민주당이 정치 공세용으로 겉 다르고 속 다른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 원내대표의 발언이 전해지자 민주당에서는 “배째라 식으로 공약 포기하는 사람 따로 있고, 죽어라 고민하는 사람 따로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편 김 대표는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천 개혁안, 윤리 기준강화, 계파갈등 해소방안, 국회의원 특권 방지법 발의 등을 담은 3차 혁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