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산부인과’를 아시나요] 뱃속 아가야, 오늘 산부인과병원 버스 오는 날이란다!
입력 2014-02-22 01:34
경북도 운영…의료 사각지대 임산부들 ‘희망’ 자리매김
“며칠 전 ‘찾아가는 산부인과’를 알게 돼 보건소에 가서 등록하고 다녀왔어요. 안동의료원에서 버스를 끌고 오셨더라고요. 의사 선생님도 너무 친절하시고요. 전 9주 넘은 두 아이 맘이에요. 안동까지 안 가도 되는데다 돈이 안 들어 좋고 친절하게 봐 주시니 더욱 더 좋은 것 같아요. 너무 좋아서 글 남겨요.”
경북 봉화에 사는 H씨가 임신·출산·육아커뮤니티 ‘맘스홀릭베이비’라는 카페에 올린 내용이다. 봉화는 경북도 내 북부지역 가운데서도 영양·청송과 함께 ‘오지 중의 오지’다.
당연히 산부인과는 없고 다른 의료시설도 도시지역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초라하다. 주민들 모두가 의료시설 때문에 불편을 겪지만 이곳에서 생활하는 임산부들에게는 그 고충이 몇 배나 더하다.
이런 고충을 겪고 있는 임산부들에게 더없이 반가운 의료서비스가 바로 ‘찾아가는 산부인과’다.
경북도가 운영하는 ‘찾아가는 산부인과’는 산부인과 병·의원이 없는 의료취약지역 임산부들의 산전건강관리서비스를 위해 직접 임산부들을 찾아가는 의료서비스다.
인근에 산부인과 병·의원이 없거나 접근성이 떨어져 부득이하게 원정 출산하는 임신부의 건강한 출산을 돕기 위해 찾아가는 산전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주로 임신 전 또는 임신 초기에 실시하는 산전 기본검사를 해 준다. 여기에 일반뇨, 일반혈액, 혈액형, 간 기능, 혈당, B형·C형간염, 풍진, 매독, AIDS, 자궁경부암 검사 등이 포함된다.
매번 진료 시마다 초음파검사를, 16주쯤에는 선천성태아기형아검사(Quad Test), 24∼28주쯤에는 신성당뇨선별검사, 빈혈검사를 실시한다.
분만 전 검사로는 흉부X선, 심전도, 일반뇨, 간기능, 신장기능 검사(BUN/Creatinine) 등을 실시한다. 모든 검사는 일반병원과 동일하게 시행되고 검사비용은 전액 무료다. 진료받기를 원하는 산모들은 해당 지역 보건소로 문의한 뒤 예약하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찾아가는 산부인과’는 2009년 10월 첫 진료를 시작한 이래 지난해까지 393차례에 걸쳐 8783명의 임신부들에게 산전 건강검진을 실시했다.
현재 경북도에는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이 많아 임신부들이 산전 진료 시 먼 거리를 이동하거나 대도시 원정출산으로 인해 시간·체력·경제적 손실이 크다. 이 때문에 자연임신 감소는 물론 계획임신율이 낮아 저출산의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찾아가는 산부인과’ 진료사업은 ‘상당히 적절한 사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안동의료원과 협약 및 위탁을 통해 임산부가 쾌적하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분위기에서 진료 받을 수 있도록 특수 제작된 버스가 직접 찾아간다.
진료실과 X선 흉부촬영기, 초음파진단기, 심전도기 등 최신의료장비를 갖추고 산전 기본검사, 주수별 선택검사 및 정기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산부인과전문의, 간호사, 임상병리사 등 6명으로 이뤄진 ‘이동산부인과팀’이 임산부들을 정성껏 돌본다.
경북도내서 산부인과가 없는 군위, 의성, 영양, 영덕, 청도, 고령, 성주, 봉화 등 8개 군을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주 2회에 걸쳐 이동진료를 하고 있다.
‘찾아가는 산부인과’는 2013년 1월 300회 이동진료를 달성했고 올 들어 지난 14일 2000번째 출생아를 탄생시켰다. 2000둥이 주인공은 영양군 영양읍 최자영(38)·조윤지(35)씨 부부의 둘째딸이다.
‘찾아가는 산부인과’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서 5점 만점에 4.76점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사회적 가치 측정 결과도 만족스럽다. 5년간 평가된 명목가액의 현재가치는 180억9500만원으로 투입비용(연간 4억원 정도) 대비 매우 높은 가치를 나타내고 있다. 이 때문에 찾아가는 산부인과 사업은 사업 본래의 취지와 주민의 욕구가 잘 연결된 사업이라는 평가다.
이순옥 경북도 여성정책관은 “시장성 부족을 이유로 민간부문이 빠져나가는 출산의료서비스 영역을 공공부문이 메워주는 공공의료복지 실현의 성공적 사례”라며 “시스템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동=글·사진 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