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만 봐도 극심한 공포”… 이집트 테러 부상자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 고통

입력 2014-02-22 02:31

이집트 폭탄테러 생존자들이 버스만 봐도 공포심을 느끼거나 극도로 불안해하는 등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D)’ 증세로 고통 받고 있다.

이집트 폭탄테러 부상자 13명이 입원한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샘병원의 박상은 의료원장은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부상자들이 사고 당시 충격으로 신체뿐 아니라 심리적 부상 정도가 심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폭발 당시 소음으로 발생한 고막 파열 등을 치료하는 한편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치료를 위해 정신건강의학과적 상담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은 전쟁이나 사고 등 심각한 사건을 경험한 뒤 느끼는 고통과 공포감을 호소하는 질환이다.

이들은 병원 의료진과의 상담에서 심각한 불안 증세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관계자는 “버스를 보면 무섭다고 하거나 눈앞에 보이는 물건이 자신에게 다가와서 폭발할 것 같다고 호소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대부분은 처참한 테러 현장이 떠올라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후유증으로 대인기피 증세를 보이며 가족 면회를 거부하는 이들도 있다. 병원 측은 환자가 면회를 원하는 이들의 명단을 제출한 뒤 정해진 사람만 만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일부는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다”며 가족과의 면회도 거부할 정도로 불안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은 심리적 안정을 돕기 위해 3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1개 층 병동을 이들에게 내줬다.

샘병원은 2007년 9월 아프간에서 무장세력 탈레반에 납치됐다 풀려난 21명을 치료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외교부 산하 한국위기관리재단이 부상자들에게 이 병원 치료를 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탄테러 생존자 30명은 지난 19일과 20일 사이 모두 귀국했으며 부상 정도가 심한 15명은 서울아산병원과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한편 폭탄테러로 희생된 진천중앙교회 김홍열(64·여)씨와 가이드 김진규(35)씨의 시신이 21일 국내로 운구됐다. 진천중앙교회는 진천 백악관장례식장에 김씨의 빈소를 차리고 교회장으로 장례를 치를 예정이다.

안양=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