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피고인 유우성(34)씨의 출입경 기록을 국가정보원에 넘겨 준 중국 허룽(和龍)시 공무원이 중국 공안의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공무원은 ‘다른 나라 기관과 직접 거래하지 말라’는 중국 중앙 정부의 지침을 어기고 한국 측에 공문서를 내준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정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중국 중앙정부는 2011년쯤 지방정부에 공안부장(장관급) 명의의 공문을 내려 보내 ‘성(省) 단위 아래의 행정 기관은 외국 정보·외교기관에 직접 공문서를 발급하는 등의 업무를 하지 마라. 관련 요청이 들어오면 성 또는 중앙 정부로 문의하라고 안내하라’는 취지의 명령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사실이라면 지난해 10월 국정원 측에 유씨의 출입경 기록을 발급해 준 허룽시 공안국은 중앙 정부의 지침을 어긴 셈이 된다. 국정원이 ‘관시(關係·인맥이나 연줄)’ 등을 통해 발급 권한이 없는 기관으로부터 출입경 기록을 얻었다는 뜻이다. 중국은 이런 경우도 ‘위조’로 본다. 다만 국정원 측은 허룽시에 자료를 요청할 당시 해당 지침이 내려진 줄 몰랐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안 당국은 중국 정부가 유씨의 기록을 발급해 준 허룽시 관계자의 신원을 이미 파악해 임의로 일처리를 한 배경과 경위 등을 상당부분 수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만 수사 결과가 나온다 해도 중국 정부가 자국 공무원 조직의 기강 문제와 관련된 사항을 한국 측에 통보해 줄지는 미지수다. 중국의 협조가 없으면 한국 검찰이 진행 중인 진상 조사 역시 명확한 결과를 내놓기 어렵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중국 측이 문서 내용보다는 정부 지침 위배 사안을 문제 삼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공안 당국은 이와 함께 검찰이 법원에 증거로 낸 유씨 출입경 기록과 중국 전산시스템상의 기록이 불일치한다는 사실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인이 확보한 자료대로 현지 시스템에는 유씨가 2006년 5월 27일과 6월 10일 북한에서 중국으로 연거푸 두 번 입국한 것(입경-입경)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담당 공무원이 문서를 발급해주면서 논리에 맞게 바로잡은 것”이라며 “전산상의 사실 관계는 유씨 측이 맞고 실체적 사실은 우리 것이 맞다”고 해명하고 있다.
한편 조백상 주선양(瀋陽) 총영사는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검찰이 증거로 낸 중국 공문서 3건 중 2건은 국정원 담당 영사가 사전 보고 없이 처리한 것이라고 증언했다. 조 총영사는 민주당 홍익표 의원이 ‘국정원 직원으로 알려진 이인철 영사가 허룽시 공무원과 접촉하거나 전화통화를 해서 문서를 입수했느냐’고 묻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조 총영사는 2건의 문서에 대해 “유관기관(국정원)이 획득한 문서에 대해 담당 영사가 ‘사실’이라고 확인한 개인문서”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오후 들어 “착오가 있었다”며서 “완전 개인으로서가 아니고…중국어로 작성된 문서를 담당 영사가 번역해서 그 내용이 틀림없다고 확인한 것”이라고 말을 돌렸다. 검찰은 조 총영사와 이 영사를 불러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단독] 中공안, 국정원에 출·입경기록 넘긴 허룽시 직원 수사… 간첩 ‘증거 위조’ 논란 새국면 맞나
입력 2014-02-22 03:31 수정 2014-02-22 15: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