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전방위 피싱 차단… 기부단체 등 ‘착한 낚시’ 울린다
입력 2014-02-22 01:33
직장인 한모(40)씨는 지난해 11월 A기부단체로부터 소멸될 카드 포인트가 있으면 자신들에게 기부해 달라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이 단체는 저소득층 자녀에 대해 교육지원을 하는 곳이다. 연말 카드 포인트가 많이 쌓였던 한씨였지만 기부는 단번에 거절했다. 보이스피싱이 아닐까 의심스러웠던 탓이다.
전방위로 일어나는 보이스피싱 덕에 기부단체 등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홈페이지를 방문해 확인해 달라고 요청해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는 이들은 많지 않다. 금융기관 홈페이지조차 비슷하게 만들어 사기를 치는데 기부단체 홈페이지 정도는 얼마든지 허위로 만들 수 있다는 이유다.
A단체를 의심한 것은 한씨만이 아니었다. 이 단체에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것은 물론 트위터 등에 “A단체에서 전화가 왔는데 어떤 단체인지 설명을 부탁드린다”는 글까지 올라왔다. 이 단체 관계자는 “기부를 독려하는 전화를 거는데 실제 기부로 이어지는 비율이 20%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최근 들어 비율이 너무 떨어져서 다른 모금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국민·삼성카드 등의 카드업계도 포인트를 모아 기부활동을 진행하고 있지만 고객들을 설득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문자메시지로 카드 포인트 기부 안내문을 보내도 읽지 않은 채 삭제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현재로선 뉴스레터를 통해 안내하는 방법이 유일하다”며 “전화나 문자를 이용한 피싱 사기사건이 늘어나면서 카드 본사라고 밝혀도 쉽게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기관이 고객 업무를 돕기 위해 전화를 걸어도 문전박대당하기 일쑤다. 최근 신용카드를 잃어버린 직장인 황모(42)씨도 재발급을 도와주겠다는 전화를 받았지만 거절했다. 카드사가 분실 시점과 장소 등을 말해주며 안심시켰지만 “신원 확인을 위해 주민등록번호를 눌러 달라”는 말을 듣는 순간 전화를 끊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화로도 카드 재발급 신청이 가능하지만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이후 전화로 재발급을 신청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10∼30대 청년들의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도 연말정산이 익숙지 않은 회원들을 돕기 위해 단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가 홍역을 치렀다. 정준영(27) 사무국장이 연말정산 노하우 글의 링크를 단체 문자로 보냈다가 정씨가 보낸 문자가 맞는지 확인하는 전화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정씨는 “해킹이나 피싱이 너무 많아서 이제는 문자메시지나 이메일은 회원들이 거의 읽어보지도 않는다”며 “정책 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방법을 찾지 못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박요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