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 김연아가 일궈낸 것들… 23번 국제대회서 金 16개 “참 행복했다”

입력 2014-02-22 02:31

그는 항상 미소 지었고 언제나 당당했다. 온 국민의 기대를 당연한 듯 짊어지고도 매번 우아하게 날아올랐다. 그가 우뚝 섰던 세계 정상의 순간들은 소치에서 아름다운 착지를 끝으로 우리 가슴에 영원히 새겨졌다.

변변한 국제무대 성적조차 없던 한국 피겨는 단 한명, ‘피겨여왕’의 등장으로 세계무대 중심에 섰다. 빙상인프라도 국가적 지원도 턱없이 빈약한 상황에서 오직 혼자의 힘으로 세계를 정복한 김연아 덕에 한국뿐 아니라 세계 피겨팬들은 축복을 누렸다. 그는 한국 피겨의 위상을 높였고 후배들에게는 올림픽 출전과 국민적 관심이라는 소중한 선물을, 피겨팬들에게는 불멸의 연기와 자긍심을 선사했다.

김연아가 도약하면 모든 게 역사가 됐다. 그는 피겨인생을 통틀어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단 한번도 시상대를 놓친 적이 없는 피겨 사상 최초의 선수다. 시니어 무대 데뷔 후 총 23회의 국제대회에서 금메달 1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를 획득하며 여왕으로 군림했다. 여자 피겨 역사상 최초로 4개 메이저대회(동계올림픽·세계선수권대회·그랑프리파이널·4대륙선수권대회)를 모두 제패, 그랜드슬램도 달성했다. 밴쿠버에서 228.56점으로 정점에 오를 때까지 그는 세계기록을 11번이나 경신하며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을 이어갔다. 남들은 선수생활 중 몇 번 하기도 어렵다는 쇼트와 프리 ‘올 클린’을 두 번의 올림픽 무대에서 연속으로 해냈다. 올림픽 2연패 이상으로 깨지기 어려운 금자탑이다.

‘천재적 재능’이란 말이 오히려 모욕적일 만큼 김연아는 노력에 노력을 거듭했다. 우아한 자태 아래 필사적으로 발을 구르는 백조처럼, 그는 피겨 약소국의 설움과 끊임없는 부상, 부담을 홀로 견뎌내며 선수생활 내내 감동을 우리에게 선사했다. 전 코치 브라이언 오서는 “연아의 재능을 하늘의 축복이라고 생각한다면 그의 연습 과정을 딱 사흘만 지켜보라”고 말하곤 했다.

김연아는 시상식을 마친 뒤 “밴쿠버올림픽 때와 달리 정해 놓은 목표가 없다는 것, 동기부여가 안 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완벽한 피날레를 완성한 ‘피겨 여왕’은 이제 왕관을 내려놓고 ‘자연인 김연아’로 돌아간다. 인생 2막을 여는 김연아가 이제 빙판 안팎에서 어떻게 날아올라 어떤 감동을 주게 될지 기대된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