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 푸틴 입맛에 짜맞춰진 심판진… ‘여왕의 金’ 요리하다

입력 2014-02-22 02:31 수정 2014-02-22 15:05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심판들 중 자질과 신분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편파 판정이 치밀한 각본에 따라 이뤄진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미국 일간 USA투데이는 21일(한국시간) “보다 세련된 기량을 가진 두 명(김연아·코스트너)을 제치고 러시아의 어린 스케이터를 금메달리스트로 선정한 아홉 명의 심판 중 한 명(유리 발코프·우크라이나)은 1998년 나가노올림픽 때 판정 담합 혐의로 1년간 자격 정지를 받았던 사람”이라며 “또 다른 한 명(알라 셰코프체바)은 러시아 전 피겨스케이팅협회 회장인 발렌틴 피세프의 부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에 등록된 심판은 모두 13명이다. 이들 중 9명은 추첨을 통해 쇼트프로그램에 배정됐다. 프리스케이팅에선 쇼트프로그램 심판을 맡지 않았던 러시아, 에스토니아, 우크라이나, 프랑스 국적의 심판 4명이 자동으로 선정됐다. 나머지 5명의 프리스케이팅 심판은 쇼트프로그램 심판을 맡았던 9명 중 추첨을 통해 선정됐다. 그러나 러시아 심판은 물론 옛 소비에트 연방 국가인 에스토니아, 우크라이나 심판이 포함되자 애초부터 편파 판정 우려가 제기됐다. 프랑스 심판도 유럽 선수에게 더 후한 점수를 줄 것으로 예상됐다.

피겨 경기에선 9명의 심판이 부여한 점수 중 최고점과 최하점을 뺀 평균이 가산점수(GOE)와 예술점수(PCS)로 주어진다. 누가 어떤 점수를 줬는지는 공개되지 않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선수의 자국 심판이 심판진에 포함되면 4점가량의 상승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료 심판들도 해당국 심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방상아 SBS 해설위원은 “9명의 심판 중 일본 심판이 1명, 타 대륙 심판이 1명이었고 나머지 7명은 유럽 심판으로 구성됐다”며 “쇼트 경기에서는 우리나라 심판이 들어갔었지만 프리에선 추첨으로 빠졌고, (레벨을 책정하는) 기술판독심판 3명이 모두 유럽 출신으로 구성됐다”고 비판했다. USA투데이도 “미국, 한국, 영국, 스웨덴 심판은 쇼트프로그램의 심판진에 포함된 뒤 프리스케이팅 심판진에서 제외됐다”고 유럽 텃세에 대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일각에서는 1994 릴레함메르올림픽 이후 유럽 선수가 여자 피겨에서 금메달을 하나도 못 땄기 때문에 유럽 심판들이 ‘이번엔 금메달을 아시아나 미국에 넘겨주지 말자’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금메달 사냥을 진두지휘하면서 피겨 여자 싱글 채점도 사전에 치밀한 시나리오에 따라 이뤄진 게 아니냐는 음모론도 제기된다. 게다가 푸틴이 빙상장을 직접 찾아 경기를 지켜본 것은 심판진에 대한 일종의 위력시위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푸틴이 야심차게 준비한 이번 올림픽에서 기대를 걸었던 남자 아이스하키가 8강에서 탈락하자 피겨 여자 싱글로 눈을 돌렸고, 결국 ‘푸틴이 김연아와의 대결에서 힘으로 눌렀다’는 냉담한 평가가 나온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