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성기철]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입력 2014-02-22 01:32

김영삼 대통령의 취임 첫해(1993년) 국민 지지율은 80%를 상회했다. 대통령선거 득표율이 42%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수치다. 취임하자마자 부정부패 고위 공직자들을 줄줄이 구속시키고, 군 사조직 하나회를 과감하게 척결하는 걸 보고 많은 국민이 박수를 보내 준 덕분이다. 높은 지지율은 그 후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 사법처리와 금융실명제 도입에 큰 동력이 됐다. 집권 후반기엔 아들 비리로 지지율이 급전직하로 추락했지만 중반까지는 고공행진을 계속해 ‘상도동 사람들’이 꽤나 으스댔다.

김대중 대통령도 초기엔 지지율이 상당히 높았다. 최초로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뤘다는 정치적 상징성이 큰 데다 금융위기를 잘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반면 노무현 대통령은 처음부터 낮았다. 서민과 약자를 위한 따뜻한 리더십이 기대를 모았으나 이내 국민 편 가르기로 변질된 데 대한 실망감의 표현 아니었나 싶다. 취임 첫해부터 30%를 밑돈 지지율은 퇴임 때까지 계속됐다.

대통령 지지율은 국가경영 능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다. 여론의 뒷받침이 필요한 주요 국정과제를 수행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어느 정부 할 것 없이 청와대가 지지율 추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다. 오는 25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공개돼 관심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 조사(10∼14일) 결과 56.4%를 기록했다. 같은 시기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55%가 나왔다.

이는 역대 대통령들과 비교할 때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집권 2년차 1분기 때 지지율(한국갤럽 기준)을 보면 노태우 45%, 김영삼 55%, 김대중 60%, 노무현 22%, 이명박 32%였다. 50%대 중반을 유지한다는 것은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 평가가 비교적 호의적이라는 뜻이다. 외교·안보 분야에서의 안정감과 야당의 신뢰 상실이 지지층을 두텁게 만든 것 같다.

하지만 과거의 예로 볼 때 대통령 지지율은 가변성이 크다는 사실을 명심해야겠다. 박 대통령이 임기 말까지 안정적인 지지율을 유지하기 위해선 국민통합과 소통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지금과 같은 특정지역 편중인사와 야당 등 반대세력과의 불통이 계속될 경우 지지율이 언제 추락할지 모른다.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