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낙하산 인사 관행 형사처벌 대상이다
입력 2014-02-22 01:41
경찰이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낙하산 인사 관행에 칼을 빼들었다. 서울경찰청은 20일 특수판매공제조합(특판조합) 이사장에 공정위 간부 출신이 선임되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 등)로 전현직 공정위 간부 7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정호열 김동수 전 위원장을 포함해 전직 간부가 4명이고, 현직 간부는 3명이다.
경찰에 따르면 공정위 전현직 간부들은 2010년 1월과 2012년 2월 특판조합 이사장 선출 때 당시 특판조합 상무이사였던 윤모씨 등을 접촉해 공정위 출신 간부를 이사장으로 뽑도록 요구했다. 이들은 특판조합 관계자들과 전화 통화, 업무 협의 등을 할 때마다 낙하산 인사를 적극 추천했다. 당시 임원 추천위원회에 참여했던 7∼9명의 위원들이 일관되게 공정위가 외압을 행사했다고 진술했다. 특판조합 관계자들도 “감독기관인 공정위 간부들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다단계 판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를 보상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특판조합에 대해 감사, 감독, 임원 해임 등의 권한을 갖고 있다. ‘슈퍼 갑’의 위치에 있는 공정위의 시퍼런 서슬 앞에 특판조합이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공정위는 꼼수도 마다하지 않았다. 낙하산 인사라는 비난을 회피하기 위해 특판조합 이사장으로 내려보내기 전에 해당 간부를 공정위 산하 기관인 소비자원으로 보낸 것이다. 아주 그럴듯하게 ‘신분 세탁’ ‘경력 세탁’을 자행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전직 위원장 2명은 낙하산 인사에 대해 보고를 받고 결재하거나 사실상 묵인·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공정위 인사자료를 확보하려고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검찰 만류로 뜻을 이루지 못했고, 공정위마저 자료 제출을 거부해 물증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공정위가 떳떳하다면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를 경찰에 넘겨주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번 사건은 수사기관이 낙하산 인사 관행에 제동을 건 첫 사례다. 검찰은 경찰이 송치한 공정위 전현직 간부들의 직권남용 혐의를 입증하고 공소 유지하는데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