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내 소비자 차별하는 시대는 마감해야

입력 2014-02-22 01:32

대표적인 고가 상품 및 서비스에 해당되는 자동차와 이동통신 시장에서 기업과 소비자간 법적 다툼을 포함한 마찰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연비 과장’ 사태로 차량 구매자들에게 약 5000억원을 보상해주기로 한 현대·기아차가 국내 소비자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는 잇따라 승소했다. 반면 휴대전화 요금이 어떻게 산정되는지 원가 자료를 일부 공개하라는 법원의 1심 판결은 항소심에서도 유지됐다.

개별 사안에 대한 법적 판단이 국내와 외국 각각의 법체계와 규제 강도 및 문화 차이에 따라 달리 나오는 것은 크게 이상할 것이 없다. 중요한 것은 이런 소비자 소송이 늘고 있고, 판결에 대한 폭발적 반응이 해당 기업들의 평판은 물론 전체 판매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와 때를 같이 해서 내수시장에서 외제 승용차의 시장점유율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단말기 보조금으로 비싼 통신요금을 호도해 온 LTE폰 대신 2G(세대)·3G폰 가입자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조삼모사(朝三暮四)식으로 소비자를 원숭이 취급하고, 들쭉날쭉한 보조금으로 소비자들을 차별하고 우롱한 데 대한 응징이 시작된 것이다.

자동차업계도 국내에서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장사하던 때는 이제 끝나가고 있다. 의류, 장난감 등을 인터넷을 통해 해외에서 직접 구매하는 ‘직구족’이 늘어나고, 소비자들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해외의 시장동향을 수시로 접하는 세상이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수입승용차의 시장 점유율이 15%대(14.6%)에 육박했다. 2012년 점유율 10%를 돌파한 지 불과 2년 만이다. 요즘 강남구에서는 신규등록 차량의 80%가 외제차라고 한다.

업계는 국내외 소비자를 차별대우하는 관행부터 고쳐야 한다. 각종 옵션을 의무 장착케 하는 끼워 팔기, 보증수리 기간의 국내외 차별 적용 등 국내 소비자를 봉으로 여기는 태도는 잔존하고 있다. 세계화시대에 기업주의와 소비자주의라는 양 극단은 도태될 것이고, 어느 나라든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야 한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결국 바깥에서도 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