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원 칼럼] 2014 부활절 연합예배 어떻게 되나

입력 2014-02-22 01:32


부활절 예배의 감격

50∼60년 전 유년기에 시골 교회에서 경험한 아름다운 추억들이 많다. 어느 해인가 부활절 새벽예배였다. 그해는 온 교회 성도들이 새벽에 교회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작은 동산에서 부활절 예배를 드렸다. 초등학생 때라 다 기억할 수 없으나 할머니와 부모님 손에 이끌려 눈을 비비며 따라간 그곳에서 드린 부활절 새벽예배가 추위에도 불구하고 매우 감격적이었다는 것을 기억한다.

또 다른 부활절 예배의 감격은 성지 이스라엘에서의 경험이다. 20여년 전 성지순례 겸 연구차 이스라엘에서 1개월간 체류한 적이 있다. 부활절 새벽에 개신교인들과 각국에서 온 성지순례자들이 예수님의 빈 무덤 앞에서 드린 부활절 예배는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큰 감동이었다.

부활은 십자가와 더불어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2000년 기독교 역사에서 가장 크게 기념하는 절기가 부활절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믿고 증거하는 것이 교회의 생명이었고 이것 때문에 수많은 핍박을 받았다.

부활절 연합예배? 분열예배?

한국교회는 1947년부터 부활절을 연합으로 드렸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60년대에 와서 소위 보수와 진보 각 연합기관들이 중심이 되어 따로 부활절 연합예배를 드렸다. 한때는 한국기독교부활절연합예배위원회가 있어서 부활절 연합예배를 주도했다. 그러나 NCCK의 진보에 반해 복음주의권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출범하면서 부활절 연합예배는 두 기관의 공동 주최로 매년 주관돼 왔다. 부활절 연합예배는 한국교회 연합의 한 모습을 보여주며 하나의 성경과 하나의 찬송가를 가진 한국교회의 아름다운 모습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한기총에서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이 분리되어 결국 한국교회의 연합기구는 NCCK와 한교연, 그리고 한기총 세 기구로 나누어졌다.

금년 부활절 연합예배는 NCCK와 한교연이 중심이 되어 교단 연합의 형태로 2014년 한국교회 부활절연합예배 준비위원회가 구성되어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미 4월 20일 새벽 5시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모일 것을 결정하고 추진 중이다. 문제는 한기총이 따로 부활절 연합예배를 드리겠다고 선언했고, 예장 합동 측 또한 따로 부활절 연합예배를 드리겠다고 결정했다. 예장 합동은 NCCK에도, 한교연에도 속하지 않고 최근 한기총에서 탈퇴를 선언했다. 그래서 따로 부활절 예배를 드린다는 것이다. 세 곳에서 드리는 부활절 연합예배가 과연 연합예배인가? 아니다. 분열예배다. 결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지도자들의 잘못된 지도력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

꼭 연합예배를 드려야 하나

연합으로 드리는 예배가 잘못된 것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왜 연합예배를 드리는가.’ 교계 어느 지도자에게 물어 보았다. 그분 대답은 한국교회의 연합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이 첫째 이유였다. 개신교는 천주교와 달리 개교회주의나 개교단주의가 강해서 분열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래서 부활절만이라도 연합해서 드리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함께 모여 세상에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전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기독교의 단합된 힘, 세력을 과시해야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아는 대로 많은 정치인들,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도 부활절 연합예배에 참석하기도 한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있을 때는 더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바람직한가? 굳이 연합예배를 통해서만 연합을 보여줄 수 있고, 그리스도의 부활을 증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더욱 연합예배를 통해 기독교의 세력을 과시한다는 것은 정말 아니다. 지금 한국 기독교는 너무 힘이 강하고 자기들만 위하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이 사회에 비쳐지고 있다.

연합예배에 참여했던 어느 인사는 교인 동원을 위해 할 수 없이 대형교회 목사를 순서 담당자로 세우고 또한 재정적인 부담을 함께 진다는 것이다. 서울이 아닌 지방의 경우 하나의 연합예배를 늘 드리고 있다. 서울이 문제이다. 굳이 대형집회를 해야 할 이유는 없다. 연합에 의미를 둔다면 전국적으로 연합예배의 순서나 설교 본문과 제목을 하나로 통일하면 되지 않겠나. 십자가와 부활의 영광스러움을 주님께 돌리고 부활의 소식이 온 땅에 전파되고 한국교회 연합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금년 부활절 예배가 되기를 기도한다.

김경원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서현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