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세계 3대 디지털 진미
입력 2014-02-22 01:35
수컷 복어에 들어 있는 흰색의 이리를 두고 중국에서는 ‘서시유(西施乳)’라고 불렀다. 복어 이리의 맛을 중국의 절세미인인 서시의 젖가슴에 빗댄 것이다. 복어 마니아로 유명한 중국 북송 때 시인 소동파는 복어를 일컬어 ‘사람이 한 번 죽는 것과 맞먹는 맛’이라고 극찬했다. 하지만 소동파도 세계 3대 진미는 맛보지 못했을 것 같다. 왜냐하면 현재 세계 3대 진미인 푸아그라 캐비어 송로버섯은 서양 위주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비대해진 거위 간으로 만드는 푸아그라는 기름지면서 부드러운데 온갖 맛들이 녹아 있다. 특히 버터처럼 입안에 넣는 순간 금세 녹아버리며, 삼킨 후에 그 특유의 향이 더욱 뚜렷해진다는 것. 철갑상어의 알을 소금에 절인 캐비어는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음식’으로 통한다. 날치 알보다 약간 큰 암회색의 캐비어는 씹는 순간 으깨지고 녹아드는 원시적인 맛이 처음엔 낯설지만 일단 그 맛을 알면 중독될 만큼 끌린다고 한다.
세계의 미식가들이 거금을 주고서라도 먹는다고 하는 송로버섯은 프랑스, 독일 등지 떡갈나무 숲의 땅속에서 발견된다. 숲의 향과 땅내음을 물씬 풍기는 송로버섯은 입안에 넣는 순간 그 향에 도취되게끔 하는 마력을 지녔다고 한다. 미각이 둔감해서 비위 상하는 음식도 왕성하게 먹어치우는 돼지도 송로버섯을 발견하면 코로 마구 땅을 파헤쳐서 찾아낸다고 한다.
그런데 머지않아 이처럼 귀한 세계 3대 진미를 비싼 돈 들이지 않고 집에서 편히 앉아 맛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바로 디지털 미각 시뮬레이터라는 가상의 미각 전달장치를 통해서다. TV나 모니터를 통해 영상으로 비춰지는 음식의 맛을 시청자들이 실제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이 장치는 현재 싱가포르 국립대 연구진이 개발 중이다. 뇌와 컴퓨터가 직접 상호 작용해 음식의 맛을 느끼도록 하는 이 장치는 혀끝에 닿는 은전극을 통해 신호를 전송함으로써 짠맛, 단맛, 신맛, 쓴맛의 4가지 기본맛에 대한 감각을 만들어낸다. 즉, 전기신호를 맛의 수용기인 ‘미뢰’에 보내 음식 맛을 대체하도록 두뇌를 속이는 셈이다.
미각은 단순히 맛뿐만 아니라 수많은 향을 구분하는 후각과 씹는 촉감 등의 요소도 함께 어우러져서 완성된다. 따라서 앞으로 냄새와 음식에 대한 질감도 시뮬레이션 해 진정한 미각을 구현한다는 게 연구진의 목표라고 한다. 이 장치가 개발된 후 전 세계인이 꼽는 세계 3대 디지털 진미는 무엇일지 문득 궁금해진다.
이성규(과학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