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어 전 英 총리의 부적절한 행동… 불법 도청 언론인에 ‘수습 자문’ 물의

입력 2014-02-21 01:34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불법도청 혐의로 기소된 언론그룹 뉴스인터내셔널의 최고경영자(CEO)에게 수습 방안을 알려주겠다며 비공식 자문역을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가디언 등 영국 언론이 19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뉴스인터내셔널이 발행한 일간지 ‘뉴스 오브 더 월드’는 2000년대 초부터 취재원의 휴대전화 음성사서함을 불법 도청해 특종기사를 써온 사실이 2011년 7월 발각돼 폐간됐다. 당시 CEO이자 전 편집국장이었던 레베카 브룩스 등 8명이 불법행위로 기소됐다. 뉴스인터내셔널은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 소유의 ‘뉴스코퍼레이션’ 영국 자회사로 아들인 제임스 머독이 회장이었다.

블레어 전 총리는 브룩스가 체포되기 6일 전 1시간에 걸친 전화 통화에서 자신이 비공식 자문을 맡아 브룩스와 머독 회장을 도울 수 있다고 설득했다. 블레어는 수습 방안으로 그가 총리 시절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으로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조작 발표 논란을 극복한 사례를 들며 “같은 방법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3년 BBC는 이라크전을 정당화하기 위해 총리실에서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정보를 조작해 발표했다고 폭로했고, 블레어는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진상조사를 맡겼다. 위원회가 총리실의 손을 들어줘 블레어는 위기를 모면했다. 블레어는 브룩스에게 “경찰 수사 발표와 동시에 위원회 조사를 발표해 최대한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블레어와 브룩스의 통화 내용은 이날 브룩스의 법정 진술을 통해 공개됐다. 브룩스는 당시 블레어와의 통화 내용을 이메일로 머독 회장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머독 회장은 뉴스 오브 더 월드 폐간을 결정, 블레어와의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다.

블레어는 2007년 정계에서 은퇴한 뒤 외국 정부와 JP모건 등 금융기관 고문역 등으로 수백만 파운드를 벌어들여 영리 활동이 지나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